매일신문

김당선자-4대재벌 회동 의미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13일 4대그룹회장과의 회동을 통해 재벌정책의 골격을 매듭지었다.김당선자는 12인 비상경제대책위가 마련한'가이드 라인'을 바탕으로 재벌들의 고통분담을 이끌어냈다.

김당선자의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에 대해 겸손하고 뼈저린 반성속에서 총체적 파탄의 위기에 처한 오늘의 경제를 살리는데 혜택도 받았고 책임도 큰 경제인으로서 책임과 노력, 희생을해주기 바란다"는 모두발언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경제파탄과 경제회생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강도높은 자기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합의된 상호지급보증제의 해소와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을 통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방안 등은 미리 예고된 재벌개혁방안이지만 기업인의 책임을 강조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김당선자는"노동자의 설득을 위해 여러분이 앞장서야 한다"며 사유재산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그는"노동자들은 기업총수들이 사유재산으로 부정축재를 했다며 정부에서 환수하라는 요구까지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시장경제체제와 민주주의에서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으니 사유재산을 정식으로 주식투자 등을 통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요구는 합의문에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구조조정시 지배주주는 자기재산 제공에 의한 증자나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 등 자구노력을 경주하고 기업의 경영부실에 대해 경영진이 퇴진 등 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이같은 김당선자의 고단위 주문은 재벌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국내외 현실을바탕으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정리해고에 내몰릴 처지에 있는 노동계가 재벌들의 재산처분을 요구하며, 노·사·정 협의기구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처지를 감안할 수 있다.또 밖으로는 IMF(국제통화기금)와 국제 금융기관들이 10%%안팎의 지분을 갖고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재벌지배주주의 '전횡'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실정이기도 하다.노동계는 그동안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제파탄에 대한 대기업과기업인들의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15일부터 개회되는 임시국회에서 부실금융기관 정리해고제 우선도입문제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재벌개혁조치'+α'차원에서 재벌오너의 사재 투자방안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또 부실경영에 대한 기업인의 책임을 강조한 대목도 기업인들을 상당히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사실 이날 재벌들과의 회동은 급작스럽게 마련된 것이다. 당초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에게 재벌설득을 맡겼던 김당선자는 새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직접 재벌들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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