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무소의 뿔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사람을 모으기도 한다. 오늘 당장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을 만나기란 드물다. 그러므로 세상은 냉혹하다. 3,4월에접어 들면 거리에 떠도는 실직자들이 200만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회사의 이익에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가혹하게 버려질 것이며, 홀로 된 자신과 싸워 나가야하는 실직자들은 앞길이 막막해 질 것이다. 가까이 사귀던 친한 동료도, 존경하던선배도, 아끼던 후배도 모두가 흩어진 자리에 휑하니 찬바람이 스며들고 따뜻하게반겨줄 일자리는 눈을 비벼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나를 잊지 않고 버리지 않는 따뜻한 벗이 있으니 바로 나의 마음이다.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마음, 아무리 써도 써도 부도날 염려가 없고, 오히려 잘만쓰면 보석처럼 빛나니 참으로 오묘한 것이 마음이다. 무조건 달려왔던 거품같은 욕망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석같은 내마음을 잊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곰곰히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인생의 큰 양약이 될 것이다.

가쁘게 치솟았던 거친 숨을 멈추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자.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보자. 욕망은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한때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가진 자들의 욕망은 마치 낚시밥을 물은 물고기처럼 예기치 않는 불행을 가져다 줄수도 있다. 한번쯤 욕망의 낚시밥에서 풀려나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혼자서 길을 찾는 연습을 해보자. 가는 길에 현명하고 예의 바르고 자기보다 뛰어난 벗을 만나거든 함께 동행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명하고 예의 바르고 자기보다 뛰어난 벗을 만나지 못하거든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이 나으리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은 마음을, 그믈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은 마음을,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같은 마음을 벗삼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길을 찾아떠나 보자.

재 범(스님·불교대구방송국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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