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머스 미 재무 부장관 왜 왔나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의 방한은 G7 등을 포함한 선진국의 80억달러조기 지원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를 잘 드러내줬다.

이번 방한에서 서머스 부장관은 두가지 의미있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지원하기로 한 80억달러는 뉴욕 외채만기 협상이 마무리되기전에는 조기 지원이 어렵다는 것과 한국이 80억달러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외환거래규제 폐지 등 이미 요구한 조건의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우선 "80억달러가 미국 금융계 지원에 앞서 들어오면 한국 금융기관들이(단기외채 상환에) 먼저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80억달러의 조기 지원이 이뤄져 한국 금융기관들이 외화난의 숨통을 트게되면 미국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외채만기연장 협상에서 미국 금융기관들의 입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80억달러만 조기 지원되면 우리의 외환사정은 한결 나아진다. 따라서 뉴욕 외채만기연장 협상을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돼 한국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국제 금융자본의 의도는 관철이 힘들게 된다.

현재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해주면서 6%%포인트의 가산금리와 한국정부의 지급보증과 국채와의 맞교환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미국의 의도는 서머스가 외채 만기연장 협상에 임하는 한국정부의 태도와관련해 조건도 중요하지만 빨리 해야 한다는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급한 처지에 있는 만큼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라는 것으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요구하고 있는 고금리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압력 행사로 보인다.

두번째로 서머스는 80억달러의 지원을 외환거래 폐지 등 한국 정부에 대해 이미 요구한 조건들의 조속한 실천과 연계시키겠다는 것을 분명히했다.

서머스는 이번 방한에서 김대중당선자들 비롯한 한국의 정계.경제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80억달러의 지원과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서는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허용, 단기금융상품 시장의 개방, 외환거래법 폐지를 포함한 일체의외환거래 규제 폐지,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분야의 조기 해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즉 80억달러를 주되 그냥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서머스의 이같은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그의 방한은 한국의 외채해소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뉴욕의 외채만기 연장 협상에 앞서 한국이 도움을 받는 자로서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제시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한국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미국 금융기관들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촉구한 것은이번 뉴욕 협상에서 정부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수출해서 번 달러를 외국 금융기관의 빚을 갚는데 고스란히 바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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