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디오 대여점 "고수익"-"사양길" 엇갈린 전망

부도에다 구조조정이니 정리해고니 해서 직장을 나온 실업자들. 특히 40대 이후 어중간한 나이의실직자들. 무엇을 해야 좋을까? 딱히 실직자가 아니더라도 불황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을시작해 보고 싶어한다. 소자본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자영업들이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사정을 알아본다.

비디오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갈래. 여전히 고수익이 보장되는 점포라는 것과 이젠 사양업종이란 쪽. 부동산 전문잡지 '부동산뱅크'는 '장사 잘되는 아파트 상가 5개업종' 가운데 비디오점을 부동산중개소에 이어 두번째로 꼽았다. 개점 초기 월 2백만~3백만원 수익은 거뜬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매상과 수익이 증가한다는 것. 미국 비디오 소프트웨어 딜러 협회 조사에 따르면 96년 한해 미국인이 비디오 빌리는데 쓴 돈은 1백62억달러(약 25조9천억원). 1년간 미국 극장가가 벌어 들이는 돈의 3배다. 우리 비디오 시장도 여전히 확장일로에 있다는 것이 그래서 나온시각이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지난 몇년간의 비디오점 폭발적 증가로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았다고 판단한다. 대형 대여점들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고 가격파괴까지 벌어졌다는 것. 경쟁력 약한영세점은 문을 닫기 시작한 단계.

실제는 어떨까? 대구지역 비디오 대여점은 모두 6백여개. 2~3년전에 비해 1백개 이상 줄었다. 수성구 지산동 한 지역 경우 아파트 단지 한개를 둘러싸고 5개 점포가 경쟁을 벌이다 최근 3개로줄었다.

비디오점을 차리기로 결심했다면 우선 적합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아파트 상가라도 버스정류장앞이나 상가 입구쪽 1층을 우선적으로 잡아야 한다. 부동산중개소나 일간지, 생활정보지에 실린부동산 매매정보를 참고하면 된다. 수성구 신매동 아파트상가 비디오점 경우 12평짜리가 보증금-권리금 3천만원에 월세 60만원선에 거래된다. 이보다 싼 곳은 남구 대명동 비디오점. 14평 짜리가보증금-권리금 1천2백만원에 월 30만원에 매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디오점 구색을 맞추려면 이른바 '구프로'와 '신프로'를 골고루 갖춰야 한다. 그러나 비디오점을한다는 소문만 나가도 비디오 도매점 영업사원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프로'는 점포정리하는 곳의 매물을 그대로 구입해도 상관없다. 테이프 수량이 같아도 신프로 비중이 높으면 거래가는 올라간다. 직접 구입하는 경우 중간상에게 수수료를 떼일 염려가 없다. 비디오 꽂이나 컴퓨터 고객관리 시스템도 영업사원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장사를 하느냐'는 것.

이쯤에서 비디오점 속사정을 들어보자.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ㅇ비디오점 주인 박씨(45)는 가게를정리할까 생각 중이다. 아직 적자는 아니지만 전보다 수입이 형편 없이 줄었기 때문. 신프로 1개당 가격은 2만7천5백원. 1회 대여료가 1천5백원이니 20회를 돌려야 테이프 값이 빠진다. 신프로가집중적으로 대여되는 기간은 고작 한달. 그 주기로 다른 프로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1박2일대여기간에 맞춰 테이프 들어오기 바쁘게 다시 대여된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30회 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꿈같은 얘기에 불과하다. 대여기간이 지켜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극장개봉 화제작 몇 편을 제외하곤 신프로라도 천대받기 일쑤다. 매달 신프로값, 월세, 보증금과 권리금 이자를 계산하면 순수익이라고 해야 월급쟁이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틈새는 있다. 서울에선 이미 불황 타개책으로 '비디오배달업'이 시작됐다. 기존 비디오점에서 배달을 겸하는 것. 전화 한통이면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받아볼 수 있다. 귀찮게 비디오 하나빌리러 상가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는 것. 어차피 비디오점고객들이 인근 주민인 점을 감안하면 배달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비디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7.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상품과 가격이 똑같은 만큼 서비스에서승부가 난다"며 "점포에 사탕이며 비디오 관련 서적을 비치해 고객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의 대출기록을 분석한 뒤 비디오 선호도를 알아내 좋아할 만한 비디오를 추천해 주는고급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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