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포커스-그순간 로버트 드 니로는…

언뜻 제목만 봐서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에 대한 평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디어 헌터''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분석한 단락의 소제목을 큰제목으로 잡았을뿐이다. 베트남전의 끔찍한 기억이 담긴 마이클 치미노감독의 반전영화 '디어 헌터'. 귀향한 마이클(로버트 드 니로)이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이튿날 린다(메릴 스트립)와 단 둘이서 조우하기까지, 무려 4분10초 동안의 시퀀스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에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 '이 말없는 연기는 어떠한 광기의 표출보다도 강렬하게 감정선을 자극한다'고 저자는 평했다. 그는이 장면을 '이 장면을 기억속에 소중히 간직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에 넣었다.전체는 '이 장면을 기억속에…'등 4개의 단락으로 이뤄져 있다. '영화에 관한 잡설'은 '태양은 가득히''레옹''접속'등 22편에 대한 색다른 분석을, '명소로 본 우리영화'는 '태백산맥''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등 7편의 우리영화를 촬영장소를 중심으로 풀어썼다. '영화에 관한 짧은 잡설'에서는 '서편제'부터 '올리브나무 사이로'까지의 영화를 원고지 반장정도의 짧은 평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보기'와 '영화읽기'는 큰 차이가 있다. '영화보기'는 단순한 영화감상이란 의미다. 그러나 '영화읽기'는 영화를 문학적인 접근법으로 해부한 '텍스트연구'란 말이다. '소설가 김정수의 영화읽기'란 부제를 단 이책도 영화는 스펙터클(볼거리)이 아니라 문학(읽을거리)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전편(全篇)에서 흐르는 것은 재미있는 영화감상의 길잡이역할이다. 색다른 영화시각을 키우고,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글을 읽을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미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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