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C 새지평-"국제도시간 경쟁시야 넓히자"

지난해 가을 삼성그룹에 입사한 박모씨(27)는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받으면서 대구사람 특유의 기질을 새삼 확인할수 있었다. "경상.충청.전라도 출신들이 한데 어울린 술자리에서 '술 빨리, 안주빨리'를 먼저 외쳐대는 쪽은 역시 대구출신이더라"는 것. 술값을 낼 때도 대구사람이 가장 '화끈'했다고 한다.

대구사람들의 조급증, 그리고 허례와 과시욕을 시사하는 한 모습이다. 이영옥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지부장은 "대구사람들의 사치와 허영심의 밑바탕에는 지역의 양반문화와 30년 TK정권의산실이라는 허세가 깔려있다"고 풀이한다.

영남대 의대 정신과 정성덕 교수는 "대다수의 지역사람들은 경상도 기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배타성이나 분파주의로 번져 나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연(緣)을 많이 따진다는 것이 그 단적인 실례다. 어떤 일에든 지나치게 혈연.지연.학연에 매달린다.3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이모씨(45)는 "무슨 끈이든 달고 가야만 행정민원이나 은행대출 등이 수월했다"고 실토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서로 봐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다.대구는 특히 텃세가 심하다. '내 배짱대로''우리끼리''이만하면 등뜨시고 배부르다'는 투의 방어적자기합리화 심리를 드러낸다. 외지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 "대구시민은 지역사회내에서 도토리 키재기식의 경쟁을 해 온 경향이 짙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동남아 시장에서 지역 섬유인간에 벌여온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이 그 표본.대구경북개발연구원 서정교 책임연구원은 "지역의 한 기업이 수년간의 연구개발로 기획상품을 내놓으면, 몇주일 안가서 모방상품들이 쏟아져 나와 덤핑판매가 이루어지곤 했다"고 말한다. 국경없는 경제시대에 대구지역 기업인들의 반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이웃사촌끼리의 내부경쟁에서 지역간의 상호보완적 경쟁, 나아가 국제도시간의 경쟁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충고다.대구대 경영학과 이재규 교수는 "세상은 지식,정보사회로 급변하는데 대구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아직도 농경사회.정착사회적 특성이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이기주의적인 주장을 벗어난 합리적인 의견들이 비난을 받는 농경사회적 의식구조를 아직 털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의식의 변화 없이는 발전이 없다. 대구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열린 마음과 눈으로 넓은 세계를 봐야한다.

허영과 체면에 치우치지 않는 소비생활, 경영혁신이나 기술개발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 작지만 강한 행정과 의회의 역할 제고, 문화도시 조성 등으로 대구가 21C 선진도시로 거듭나기 위한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다.

위기를 발전적인 변화로 이끌어 온 대구사람들의 뚝심을 되살려 보자.

〈趙珦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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