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프닝으로 끝난 '탈옥수 병원 입원'

19일 밤 9시40분 쯤 뉴스를 보던 시민들이 화들짝 놀랐다. '부산교도소 탈옥수 신창원이 총상을 입고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경찰청은이같은 정보에 따라 현장에 형사대를 급파해 신창원 검거에 나섰습니다'

대구 경찰청과 남부경찰서 상황실, 형사계 전화에 불이 났다. 전국 언론사의 확인전화로 당직 경찰이 곤욕을 치렀다. 대구 경찰청 상황실 당직자는 전화 5개를 동시에 받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남부서 형사계 당직자도 마찬가지.

이날 밤 8시50분 쯤 대구시 남구 영대병원 6층 정형외과 대기실에 있던 이모씨(40·여)는 탈주범 신씨가 이 병원에 있다고 신고했으나 경찰 확인 결과 황모씨(22·경북 영천시)로 밝혀졌다. 막노동을 하며 돌아다니던 황씨는 17일부터 새 일자리를구하기 위해 시내를 배회하다 잠자리가 없어 영대병원 로비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확인됐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 태도다. 공영방송 KBS는 밤 9시쯤 시민 제보만 믿고 사실 확인없이 신창원 입원 내용을 보도했다. 다른 방송사는 한 술 더 떠 경쟁사의 보도만보고 뉴스 끝부분에 신창원 입원 기사를 보냈다. 몇시간뒤 각 방송국은 '신창원병원 입원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짧막하게 덧붙였다.

한밤중 해프닝으로 전국민이 놀랐다. 허위신고로 대구 전역에는 비상 경계령이 내려져 쓸데없는 경찰 인력을 낭비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대구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전국 경찰이 신창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내 손으로 잡아야지'하는 경찰의 공명심이 1년 이상 신창원을 활보하게 하지 않았는가.

"시민의 신고 전화는 신창원 검거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성급한 공명심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놀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까" 대구 남부경찰서 한 당직경찰의 허탈한 한마디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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