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도 정리해고 하라

IMF사태 이후 홍콩에서 이런일이 있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났던 실화(實話)다. 장소는 세계각국 의 어린이들이 섞여 공부하는 한 국제학교. 열살짜리 한국 어린이가 같은 또래 외국인 학생을 폭 행했다. 이유는 외국인 학생이 "너희 나라는 거지가 됐으니까 이제부터 넌 내 구두나 닦아라"고 야유한데 격분해서 주먹질을 했다는 거다.

IMF사태가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이래저래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긁고 있는 지금 열살짜리 꼬 마가 어린마음에도 주먹질로나마 한국인의 자존심과 나라의 자긍심을 지키려 저항했다는 위안이 남는 일화였다.

그런데 아직 그런 자긍심이나 국난의 책임감은 고사하고 고통분담 의지도 보이지않고 있는 정치 세력이있다. 바로 국회다.

지난 한달남짓 나라 전체가 쑥밭이되듯 도산, 폐업, 구조조정, 정리해고의 삭풍이 몰아치고 전국 민이 저마다 제살을 베어가며 국가위기를 몸을 던져 버티고 있을 동안 국회는 의원숫자 축소나 세비 삭감등 소위 정치권 구조조정을 스스로 결행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줄여라"는 여론 이 뜨거워지고서야 겨우 "줄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초사만 요란할뿐 막상 구체적 법개정의 움 직임은 없다. 그동안 국회 축소여론은 절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이 속마음에 자리해 왔었다. 기초의 회폐지여론 역시 민주적인 지방자치 제도를 뿌리내리기 위한 시금석이라는 원론에는 누구나 동조 하지만 그동안 일부 기초의회가 보여준 이미지는 솔직히 유권자 국민들의 눈에 "없애버리는게 낫 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온 것이 사실이다. 단지 들어내놓고 "없애라"고 말만 않았지 IMF 사태가 오자 이차판에 청소해버리자는 폐지여론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 국회가 정리해고 돼야한 다는 여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는일에 비해 군살이 너무 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다.

우선 국회의원 299명은 차치하고도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되고 포진돼 있는 인력이 무려 3천 명이 넘는다. 의원보좌직원 1천5백여명, 국회 사무처 소속 직원이 약 1천3백명 그밖에 국회출입기 자 등 객손님 5백여명. 그 식구들을 거느리고 끌고가는데 들어가는 예산만도 인건비, 소속단체 지 원비, 국회의원 세비, 수당과 활동지원비 등 줄잡아 연간 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회시설을 관리 하는 용역비와 청소관리비만도 40억이 넘는다.

국회소속 해외주재관의 체류비도 서기관 경우 연간 5만2천7백 달러(IMF 이전환율로도 5천만원) 에다 전지 휴가비, 생필품 구입비 등 명목으로 월급외에 1만6천~2만달러를 더 줬다. 그러고도 개 원이래 한 일이라고는 (96년 5월~97년 9월 회기 기준) 본회의 61일 개의(開議)에 총 개의 시간은 불과 197시간 54분, 1년4개월동안 일반 근로자의 20일 노동량만큼만 회의를 가진 꼴이다. 같은 기 간 법률안 처리실적중 의원발의 법률안은 고작 109건 처리가 전부다. 고비용 저효율의 표본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감축은 시민단체가 길거리에 현수막을 건다고 될일도 아니고 언론이 떠든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듯이 우선 국회의원 정수를 수정하려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 지법 21조(의원 정수 299명 규정)와 24조(선거구조정을 위한 획정위원회 규정)부터 고쳐야 한다.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를 조정하면 의원숫자는 저절로 따라서 줄게 된다. 그러나 지난 총 선무렵에도 획정위원회가 열렸지만 위원들을 여·야가 추천하는 사람들로 구성토록 했으니 줄어 들리가 없었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30~40%%깎기고 있는데 고작 세비 15%% 삭감의견만 내놓았을 뿐 정수감축 법개정의지는 비치지 않고 있는 국회, IMF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그마저 언제 그런말 했느냐는 식으로 표변할지 모른다. 이번만은 IMF 눈치 봐가며 흐지부지 하도록 나둬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회의원도 정리해고 돼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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