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발이 자주 저리고 아프다

지난 설, 기업체 과장인 최모씨는 친척들과 밤새워 고스톱을 쳤다. 잠시 눈을 붙인 뒤 차례를 지내는데 손끝이 저리고 왼쪽 발목이 처져 걸을 수가 없었다.

노총각 이모씨는 지난해 가을 결혼했다. 신혼여행 도중 갑자기 오른쪽 팔에 마비가 와 여행지에서병원을 찾는 소동을 빚었다.

원인을 알고보니 첫날밤 신부에게 오른쪽 팔베개를 내준 것이 상박근신경을 압박해 일시적인 손목처짐과 마비증상이 일어난 것.

신체의 말초신경이 외상, 압박, 알코올등으로 팔다리 말단부위에 이상감각이나 근육무력감을 일으키는 질환을 통틀어 말초신경병증이라 한다.

인체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분류하고 말초신경은 기능에 따라 감각, 운동, 자율신경계로 나뉜다. 각 신경은 고유의 감각영역을 가지며 또 고유의 근육을 지배한다. 때문에 어느 단일신경이 손상을 입으면 그에 따른 특유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씨는 장시간 고스톱으로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 터널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손끝에 일시적찌릿함을 느꼈고 가부좌상태에서 무릎근처 비골신경이 눌려 발목하수가 일어난 것이었다.손목에는 신경이 지나는 터널이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기거나 압박을 가하면 손끝에 저린감이있거나 손목처짐이 생긴다. 이를 '수근관증후군'이라하고 특히 피아니스트등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들에게서 잘 생긴다. 근전도검사로 정확히 감별할 수 있다.

이 증후군은 증상이 가벼우면 손을 털어주는 것으로 통증이 사라지지만 근본치료는 되지 않는다.심하면 손목신경 터널을 넓혀주는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신부에게 팔베개를 건넸다 혼이 난 이씨와 같은 증상은 신혼부부한테 잘 생긴다고 '허니문 마비'라 한다. 상박의 요골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목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경우 운동과 물리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쪼그려 밭일하는 농부중에도 하지마비가 생길 수 있는데 이것도 무릎근처 비골신경이 압박을 받은 것으로 가끔은 일어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토요일 밤 만취상태에서 벤치에 기대어 잔 뒤 잘생긴다고 하여 '토요일 밤 마비'도 발병원인은 같다.

말초신경병증은 단일신경 손상에 의한 단발성 신경병일땐 비교적 증상이 가볍고 치료가 용이하다.그러나 당뇨병, 영양결핍, 내분비질환, 알코올중독, 유전적이유로 여러 신경망이 다발적으로 손상을 입으면 그 예후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은 주로 사지말단부 장갑, 스타킹을 입는 부위를 중심으로 발병해 '글러브.스타킹 타입'이라 불리며 운동과 자율신경의 마비로 감각과 보행장애등을 초래한다.운동신경마비는 근육무력을 가져오고 더 악화되면 자율신경까지 손상을 입혀 남성의 경우 심박동부전, 기립성 저혈압, 발기부전, 복부팽만감등을 일으킨다.

대개 이러한 증상들은 서서히 진행되나 간혹 몇시간 혹은 며칠에 걸쳐 급성으로 진행돼 환자들을당황하게 만든다.

치료는 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유발원인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시행한다.

영남대 의료원 신경과 하정상교수는 "말초신경병증 진단에서 우선 중추신경계질환과 척수질환 및근육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각장애와 운동장애가 동시에 생기면 중추신경계질환을, 감각이상은 한쪽팔다리에 운동장애는 다른쪽 팔다리에 생기면 척수질환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 근육질환은 운동장애외 감각에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적.

경북대 의대 신경과 서정규교수는 "일반인들은 흔히 말초신경병증을 혈액순환이 안돼 오는 것으로 오해해 혈액순환제를 남용하는 수가 많다"며 "정확한 증상감별로 신경계 질병임을 진단하는 것이 병의 악화를 막는데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禹文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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