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자본 자영업 요즘 이렇습니다-만화방

오전 11시 경북대 정문 앞 한 만화방. 대학생 10여명이 소파에 앉아 탁자에 수북이 쌓인 만화들을한권씩 섭렵해 나가고 있다. 2시간에 2천5백원. 표를 끊고나면 커피값 1백원을 돌려준다. 손님이많을 경우 하루 1백50~2백명 가량 찾는다.

주인 이모씨(48)는 "다른 오락시설에 비해 값도 싸고 약속장소 등으로 이용하기 편해 반응이 좋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때 골목마다 들어서 있던 만화방은 전자오락실이 등장하며 차츰 자리를 내주었다. 대구에서만 6백여곳에 이르던 만화방은 현재 2백40여곳. 대학가 부근과 시내 중심부 일부에서 성업 중일 뿐 주택가에선 사라진지 오래. 그런 만화방이 최근 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흔히 알고 있는 만화방은 풍속법의 규제를 받는다.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와 가까운 이른바 학교 정화구역 내에는 들어설 수 없으며, 정화구역내에 신설을 원할 경우 관할 교육청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때문에 만화방 신설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최근에 신설붐이 일고 있는 만화방은 도서대여점 형태를 띠고 있다. 자유업종으로 경찰서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정화구역에 걸릴 걱정도 없다. 이같은 만화대여점은 현재 대구에서만 6백여곳을 웃돌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 추세. 비디오 대여점을 하며 소설·만화 대여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만화방과 만화대여점 혹은 도서대여점은 만화를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영업방식에 있어서는 다르다. 만화방은 소파 등을 갖추고 시간제 혹은 권당 일정액을 받고 매장 내에서 만화를 본다. 반면 만화대여점은 회원제로 운영하며 말 그대로 권당 일정액을 받고 2박3일을 기준으로 대출한다.

단편적으로 비교해 만화방은 만화대여점보다 수익이 나은 반면 초기 투자규모가 크다. 무엇보다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 임대료 등이 비싸며, 소파 등 시설투자 비용도만만치 않다. 규모가 큰 만화방은 신간과 구간 만화책을 골고루 갖추는 데만도 1천만원 가량 필요하다. 구간은 기존 만화방 매물이 나올 경우 한꺼번에 인수할 수 있다. 또 대형 만화방은 신간 구입비만 매달 2백50만~3백만원, 소형 만화방도 1백50만원 이상 필요하다.

반면 만화대여점은 건물 임대료를 제외하고 1천만~1천5백만원 정도면 개업이 가능하다. 도서대여점 체인에 가입할 경우 고객관리용 컴퓨터·간판·책 등을 한꺼번에 공급받을 수 있다. 별다른 신고절차가 없기 때문에 개업도 빨리 할 수 있다.

만화책을 공급받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지역 총판 외무사원들로부터 매일신간을 공급받거나 직접 대형도매점을 찾아가 구입하는 것이다. 총판의 경우 만화대여점에는 책을공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여점측은 직접 구입하거나 도매점측에 배달을 신청해야 한다. 이같은문제는 기존의 제도권 아래 묶여있는 만화방과 자유업종으로 분류되는 만화대여점 사이의 알력때문.

총판에서는 국내 작가 만화만 취급하기 때문에 기존 만화방도 요즘 인기있는 일본만화를 갖추기위해선 직접 도매점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시내 일부 도매점에서는 만화 뿐 아니라 소설류도 취급하면서 도서대여점 신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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