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난 극복 '가진자'동참 호소

마하티르 말연총리

민족주의자를 자청, 대 서방 비난발언을 서슴지않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총리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마하티르 총리는 수도 콸라룸푸르를 방문한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말레이시아의 외환 보유고를 높이고 경제 회생을 위해 애국기금을 창설, 현금 금은보석 등 국민들의 재산을 기부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이 전쟁 피해를 본 것처럼 말레이시아는 (서방 환투기꾼들의) 경제 공격으로 그동안 쌓은 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특히 부유한 말레이시아인들이 나라 살리기에 적극 동참, 재산을 기부해줄 것을 호소했다.

정치 관계자들은 이같은 조치가 시민들의 폭동으로 국가질서까지 흔들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처럼금융 통화위기로 반 정부 감정이 고조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위기속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긴축정책으로 필사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국민들사이에서도 '배신자'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거액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융 통화 위기가 시작되자마자 말레이시아은행에 있던돈을 바로 외국은행에 옮긴 기업주들은 대표적 '경제 배신자'로 비난받고 있다.이들이 국내은행에서 회수해 외국은행에 맡긴 돈은 무려 3천2백억달러(약5백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정부는 기업주들이 이 돈을 다시 국내은행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중 극히 일부만 돌아온 상태. 이에 따라 국가의 도움으로 성장한 기업주들이 외국은행에맡겨둔 일부 돈을 국가에 헌납해야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물품 가격을 올려 물가 인상 우려를 높이고 있는 일부 제조업자들도 '경제 배신자'로 공격받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야자기름 가격을 인상한 제조업자들에 대해 "애국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내 생산비용이 전혀 오르지 않았고 링기트화의 가치하락으로 오히려 수출이 유리해 이득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격을 올린 제조업자들은 국가의 경제위기를 도울 생각이 전혀 없다"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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