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만수 나의인생(14)

82년 우여곡절끝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야구계에서는 80년대 후반이 돼야 프로화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지만 혼란한 시국에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려는 정치적인 목적때문에 조기에 출범하게 됐다.

나는 아마야구 포철에 입단하기로 계약을 했었으나 삼성으로 스카우트돼 계약금을 물어주고 삼성의 원년 멤버로 합류했다.

초대 감독은 대구야구계의 대부인 서영무씨(작고)였고 임신근씨(작고)가 투수코치, 우용득씨(현롯데2군감독)가 타격코치를 맡았다.

선수단은 김시진, 배대웅, 장태수, 허규옥, 오대석등 거의 국가대표 출신으로 구성된 막강 멤버였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규모도 아마보다 작았고 구단 운영이나 훈련등 모든 것이 주먹구구식이었다.야구인의 의지를 모은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출발했기 때문에 구단들은 의욕도 없었고 성공여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

개막전은 3월27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삼성과 MBC 청룡의 경기로 열렸다. 정권의 지대한 관심을 업고 출발한 덕택에 개막전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삼엄한 경계속에 전두환대통령도참석했다.

그런데 전대통령이 시구를 하고나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시구를 하게되면 포수가 그 공을 가지고 시구자에게 사인을 받는 것이 통례여서 청룡의 유승안포수가 공을 받아 전대통령에게뛰어갔는데 이것을 경호원들이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오인해 유승안선수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덕아웃과 통로등에 포진해 있던 무장 경호원들은 일제히 소총을 뽑아들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심판과 야구관계자들이 상황을 설명해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으나 우리는 내내 불안에 떨며 경기를 치러야 했다. 〈정리.許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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