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八公山에 철조망이라니

대구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팔공산, 앞산, 두류산에 자연보호 명목으로 벌이고 있는 철책공사는 되레 자연 파괴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앞산 큰골등산로와 팔공산 탑골~동화댐등에 철책 공사를 마쳤고 앞으로 5개년 계획으로 팔공산, 앞산, 두류산의 모든 등산로에 1백㎞ 이상의 철망과 철책공사를 60억원의 예산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관계자는 "등산로 주변을 차단하면 시민이 산에 쉽게 들어갈 수 없어 생태계를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 남산의 철책공사를 원용했다고 군색한 변명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관계자의 설명이 어떻든간에 대구시가 벌이는 철책공사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비롯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우거진 삼림속에 가느다란 임도(林道)만 한가닥 생겨도 생태계에 변화가 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하물며 1백㎞ 이상의 산림을 철책과 철망으로 가로 막기로 했다니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그 볼성사나운 몰골은 또 어떻게 할는지 묻고싶은 것이다.지난90년 71건 발생한 산불이 92년 1백80건, 93년 2백78건, 94년 4백33건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편으로 삼림의오손과 동식물의 채취, 밀렵 행위마저 극심해져 가고 있는데 비해 단속행정의 손길은 모자라는데다 난립해 있어 비효율적인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입산 통제 구역이 많고 단속 법규마저 복잡한 가운데 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부서만해도 산림청, 농수산부, 내무부, 건교부등이 얽혀있어 혼선을 일으키기 일쑤인게 그동안의 산림 행정의 실상이었다.

그동안 등산로 폐쇄, 산불통제구역 설정, 휴식년제 등을 실시해왔지만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는 역부족임을 인식한 나머지 철망과 철책으로 산을 둘러싸자는 발상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자연은 생태계 그대로, 또 생겨난 원래의 모습 그대로가 최상의 것임을 새삼 부연치 않을수 없는 것이다.

섣부른 철망과 철책으로 산림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통제구역을 설정하고 위반자에 대해철저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폭 넓은 홍보로 시민의식을 계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대구시는 지금 당장이라도 전문가와 환경단체등을 망라,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해서 '철책사업'이 최상의 것인지 재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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