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라라'(본명 박재형.15)가 가만히 있지를 않아 그냥 머리를 빡빡 밀어야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상하게 가만히 대고 있어 참하게 깎을 수 있어서 좋아요. 나무 뒤에 숨어서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던 아이들도 그동안 낯이 익어서인지 서로 머리를 먼저 내밀 정도로친해졌어요"
만 6년째 꼬박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이면 일심재활원(대구시 동구 각산동)을 찾아 이발 봉사를 하는 김관수(43.대구시 동구 신천3동) 박정희씨(41) 부부. 한달에 한두번, 모처럼 이발소가 쉬는 날을 오롯이 봉사에 바치는 이 부부는 "오늘도 우리 천사들 잘 붙들어주세요"라는 마음속 기도와 함께 금호강을 건너 이발나들이를 떠난다.
말이 나들이지 이들의 이발봉사를 동행했던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2~3회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두손 두발 다들 정도로 고단하고 빡빡한 일정을 보낸다. 전날 일과를 마치고 이발기구와가위 3~4개를 미리 손질해두었다가 당일 오전 8시에 출발, 정신지제 복합장애 증상을 보이는 남자원생 90여명의 머리를 깎은 뒤 지는 해를 안고 '선한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지난 겨울 방학때는 두자녀 영식이(경북기계공고 1)와 영미(사대부중 2)도 어머니 아버지를따라 '봉사행'에 나섰다. 성한 애들도 아니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애들과 하루 꼬박 씨름하고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기분은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그들의 머리를 사고없이 무사히 깎을 수 있는 것은 결코 내 능력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김씨 부부는 이발봉사를 하고 난 오후, 그렇게 땅기고 아프던 온몸이 자고 나면 씻은 듯이 나아 새삼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마구 뛰는 '쫑수'(신종수)와 만복이, 기계공포증이 있어서 가위로 자르면 가만히 있다가도 바리깡만 들이대면 머리를 흔들고 난리치는 '영환이', 유난히 침을 많이 흘리는 찬호와 뭔가로 항상 귀를 쑤시는 '빡빡이'."처음 재활원을 찾았을때 이상하게 생긴 애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속이 메스껍고, 머리카락도 꺼꾸로 꼽혔는데 이제는 어쩌다 잠자거나 노느라고 이발을 하지못한 애들이 있으면 집에돌아와서도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힘닿는 날까지 작은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김씨의 따뜻한 마음이 이 세상을 봄빛으로 물들인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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