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도 허탕…또 '떠돌이 신세'

실직자 권상효씨(33·가명)는 오늘도 허탕쳤다. 권씨가 3일 찾은 곳은 계명대 대명동캠퍼스.대구지방노동청과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주최로 '일자리를 찾아줍시다' 행사가 열렸다.행여나 하는 마음에 찾았지만 오늘도.

대학을 졸업한 뒤 나름대로 뜻을 안고 중소기업체에서 일한지 5년여. 지난해 말 갑작스런부도로 일자리를 잃을 때까지 권씨는 평생직장으로 믿고 곁눈질 한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술이라도 배워둘 것을.

행사장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새파랗게' 젊은 청년들. 기업체에서나이도 많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자신을 써 줄 리 만무했다. 3시간 남짓 이리저리 기웃거려봤지만 괜시리 자책감만 들 뿐.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물자 눈물이 핑 돌았다.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던 아내와 3살바기 딸 생각에 한번 물기를 비친 두눈은 주책없이 눈물만쏟아냈다.

결국 IMF시대 실직한 사무직은 갈곳없는 떠돌이 신세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사람은 모두 7천여명. 이들 가운데 1백60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그나마채용확정은 52명뿐. 나머지는 채용예정이다. 20개업체가 도서관 1층에 부스를 마련해 즉석채용에 나섰지만 업체당 채용인원은 2~6명이 고작.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행사장을 찾은 실직자들을 더욱 서글프게 만든 것은 주최측의 준비 소홀. 3일 하루 1천9백여명이 구직신청서를 냈지만 이를 접수하는 창구는 고작 8곳. 신청서 접수하는데만 30분 이상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물 한 잔 마실 식수대조차 없었다.

부스를 마련한 20개 업체 가운데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자리를 지킨 곳은 고작 9곳. 나머지는 시작 30여분이 지나서야 행사장에 나타났다. 급한 쪽은 구직자일 뿐이다.주최측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5일까지 열린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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