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출판문화 위기, 정부지원을

지식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출판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이기지못해 지난해 연말부터 서적 도매상들이 연쇄부도를 내면서 그 유통구조가 마비 직전에 이르고 있다. 서적 유통구조의 붕괴는 곧바로 출판사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이는 다시 창작과 저작활동을 위축시키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들의 신간도서 발행은 최근 30% 정도 줄었으며, IMF 이후 신간 종수는 지난해의20%에 불과한 형편이다. 그 영향으로 유통 물량도 크게 떨어지고, 판매량은 무려 5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물론 서적 도매상(총판)과 소매상(서점)들이 연쇄도산의 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이미 전국 서점의 30%가 문을 닫아버린 상황이다.

출판문화는 생산·유통·판매가 맞물고 돌아가야 순조롭게 꽃을 피우면서 문화의 인프라로굳건한 자리매김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경향의 적지않은 서적 도매상들이 도산하는 가운데 올들어 최근까지 송인·보문당 등 단행본 판매의 절반을 점유해온 2개 도매상이 잇따라부도를 냄으로써 위기국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부산등 영남권 도매상들은 서울·광주와는 달리 아직 부도를 낸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도 결코 도산위기에서 제외되리라단언할 수 없다.

출판은 정신문화를 살찌우고 전문성을 높고 깊게 다져주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산업이다. 영세한 재정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창의적 벤처기업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안겨준다는 점에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출판계가 당면하고 있는 연쇄도산의 위기를뛰어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긴급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출판금고 자금의 저리융자, 양서출판사 자금 지원, 공공동서관 도서구입비 확충 등을 통해출판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벤처기업 육성 차원에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리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출판계도 스스로 힘을 모으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구(自救)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국의 1만여개 출판사들이 몇몇 도매상의 어음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는 유통구조의 후진성을 벗어나야만 한다. 과잉경쟁, 무리한 광고, 내용 담보도 안된 책들의 과대선전등의 거품들이 빠지는 구조조정도 이루어져야 살아남게 되리라고 본다. 서점의 대형화·현대화·전문화에 속도를 붙이는 유통구조 개선이 출판계와 서점계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장기과제라는 사실도 새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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