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조심예찬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엎질러진 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등은 일을 당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는 표현들이다.

IMF시대에 정리해고, 명예퇴직등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와, 보릿고개를 모르고 물질만능과 퇴폐·쾌락주의 풍토에 젖은 일부 젊은 세대들의 유흥비 마련 목적의 신세대 범죄행위 조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범죄는 우리가 평소 조금만 관심과 주의를 가지고 대처한다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싼 옷과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동창생의 어머니를 범죄대상으로 선정하여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뉘우치는 기색없이 태연히 현장검증을 재연하는 인면수심의 비인간적인 면모는 이사회가 만들어낸 사생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우리 경찰이 사건을 다루다 보면 평소 사소한 주의만 했더라도 결코 발생할 수 없었던 일이어이없게 큰 일로 확대된 경우가 적지 않다.

"대문이 열려있어 충동적으로 범죄의욕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 어느 강도·강간범의범행동기를 듣다보면 작은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함을 알 수 있다.따라서 항상 문단속을 확인하고 낯선 방문객은 집안에 들이지 말고 식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고, 낯선 승용차의 동승호의를 정중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밤늦은 시간과 인적이 드문 곳의 외출은 피하며, 주머니 핸드백에 호각을 휴대하여 긴급시구호 요청하면 굉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택시 승차시에는 차량번호를 암기하였음을 슬쩍 알려주어 성폭행 생각을 미리 없애주고 차문을 조금 내린 상태를 유지하는 등, 작은 주의를 가지고 평소 조심하는 자세를 생활화하면범죄를 그만큼 예방하고 제동을 걸 수 있다.

범죄의 피해자도 때로 원인의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피해자학(被害者學)이 최근 새로운연구대상이 되고 있음을 이 기회에 알려드리고 싶다.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민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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