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50대 날치기 후회의 눈물

"제 자신이 한없이 밉습니다"

4일 오전 길가던 70대 할머니의 손가방을 날치기하다 경찰에 붙잡힌 정명찬씨(50·대구시 남구대명동)는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일에 몸서리를 쳤다. TV에서만 봤던 수갑이 그렇게 심하게 손목을 죄는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

대구에서는 알아줄만한 방적회사에서 생산부장까지 지냈다는 정씨. 그러나 8년전 퇴직한 후 시작한 사업이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직장생활을 하며 애써 마련한 21평 아파트는 빚때문에 처분해야 했고 월 50만원을 내는 현재의 사글세집도 집세를 석달치나 못 낸 상태.막일을 해보려했지만 일거리는 없었고 생활비조차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가장. 범행동기도 자꾸만 눈에 밟히는 막내아들 때문이었다."어젯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참고서를 사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줄 돈은 없고 아비로서는 부끄럽고…. 오전 내내 찾아봐도 일거리가 없어 앞이 막막했습니다. 할머니의 손가방을 보는순간 마침내 눈이 뒤집힌거죠"

정씨는 할머니의 가방을 날치기 한 후 달아나다 행인들에게 붙잡히는 순간 자신의 엄청난 범행사실에 놀라 눈물을 흘리며 참회를 했다. 그러나 법은 냉정했고 날치기를 당한 할머니의 용서에도불구,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범행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날치기를 한 후 도망을 쳐 고의적인범행이라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

"IMF가 무섭기는 무섭네요. 겉이 멀쩡한 50대 가장까지 돈 몇 푼을 위해 범죄에 빠져드니 말입니다" 정씨를 조사하던 경찰관의 넋두리다.

〈崔敬喆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