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먹물론

김대중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죄없는 국민이 당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죄없는 국민'이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을수 있으나 역사는 엘리트가 창조해 나간다는 소위 엘리트론에 비춰보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지적이다. 그럼그 잘못을 저지른 지도층은 누구인가. 공화당시절 시인 김지하는 국회의원, 장.차관, 재벌,장성, 고급공무원등 소위 5적을 악의 존재로 꼽았다.

그러다 문민시절 김태동교수는 언도(언론인) 환도(공해범) 지도(땅투기꾼)공도(공무원) 법도(판.검.변호사)등 소위 5도를 꼽았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정치인.공무원.재벌.언론인.학자등 5개그룹이 비난의 표적(標的)이 아닐까 여겨진다.

지도층의 잘못들

지도층이나 엘리트의 낮춤말이 '먹물'이다. IMF사태를 두고 어느 죄없는 국민은 "세상은 먹물 너희들 것 아니냐"고 정의한뒤 "먹물 너희가 저지른 것이니 너희가 수습해라"고 질타했다. 정치인은 "돈만 먹고" 공무원은 "돈만 생각하고" 학자는 "돈 소리나 하고" 언론은 "돈에팔리고" 재벌은 "돈만 번다"는 총체적 부패로 개혁의 기회를 놓쳐 결국 경제를 망쳤다는 주장이다. 이쯤되면 지도층은 5적(敵)이니 5도(盜)니 하는 타도의 대상이기 보다는 비난의 표적인 5적(的)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잘못을 저지른 지도층들도 한때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성장에 일조를 한 사람들이다. 재벌과 공무원 학자들은 한강의 기적을 낳았고 정치인과 언론은이땅에 민주화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한강의 기적을 낳고 민주화를 가져왔다고해도 오늘의 경제파탄 앞에는 무슨 소리를 할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우리의 지식인들은 나라보다는 인기주의에 메달리다 국가위기를 방조했다. 가령 노동법개정만 해도 그렇다. 97년 1월, 비록 늦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법개정이 시도될때 날치기라는 이유로 반대만 할게 아니라 국가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노동시장개혁의 논리를 폈어야 했다. 선거패배를 각오하고 긴축을 풀지 않았던 세디요멕시코 대통령이나 교수단의 반대와 폭동에도 불구하고 대처리즘을 관철시켰던 대처 영국전총리의 신념을우리는 배웠어야 했던 것이다.

의정부의 판.검.변호사의 커넥션에서 보듯 그리고 이번의 새 조각에서도 병역면제비율이40%나 되는 점에서 보듯 "온갖 못된 짓은 먹물들이 한다"는 대중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반인 병역 면제비율이 8.2%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지도층은 분명 좋은 것은 혼자다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층이 일어나야

아마추어 역사학자이나 프로에 가까운 한양대 김운용수학교수는 우리역사에서 위기는 언제나 민중이 나라를 구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수긍이 가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먹물들이 나서서 이번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할 차례이다. 왜냐하면 민중에게진 역사의 빚을 갚아야 하기때문이다. 더욱이 IMF관리체제로 우리나라를 떠받쳐오던 중산층은 시들어버렸고 남은 것은 엘리트계층 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역사는 스스로 진보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진보시킬수 있을 뿐이다"고 한 포퍼경의말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제 먹물들이 역사의 주역이라는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더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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