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남다른 나라사랑

"하느님,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도를 하는 신재민씨(43)는 가슴 앞에 모아쥘 두 손이 없다. 감전사고로 두 팔을 다 잃은 중도장애인. 신씨가 속한 장애인 재활공동체 '한울타리'(763-3922) 형제 12명은 어느누구도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법이 없다.

그런 한울타리 식구들이 요즘 부쩍 들떠있다. 웬만한 사람들도 엄두를 못내는 '나라살리기 재활용품 바자회'를 다음달 중순에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산시 옥산평화시장에 6백여평 규모의 행사장도 무료로 임대해뒀고 후원자들로부터 선풍기며, 냄비며 행사에 필요한 갖가지 물품들도 들어오고 있다.

'좀 특별한 장애인들은 아닐까'하고 한울타리 공동체를 찾는 사람들의 예상은 번번이 깨진다. 10평짜리 방한칸에 모여 앉은 이들의 생활은 개당 50원 남는 우산대나 3원짜리 흑표지를 만들어 팔아 월세 20만원을 버는 게 전부. 그나마 경기가 나빠진 지난해 11월부터는 주문이 끊겨 지금은주유소,공장 등에 장갑을 대주는 일이 고작이다.

수능시험을 치고도 척추신경이 망가져 대학 대신 병원에 누워있는 막내 재동씨(23), 신문을 팔러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중인 민구씨(34). 이들에게도 걱정이 많지만 바자회 수익금 전액을나라살리기에 기탁하자는데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희망을 잃은 이웃, 어려움에 빠진 나라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데 생각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와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기탁해 줬으면, 그래서 이런 행사를다음에 또 열 수 있었으면…" 비록 발음은 온전치 않아도 이들의 기도는 더없이아름답다.〈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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