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재두리미의 수난

구미시 인근 낙동강변에서 재두루미가 잇따라 수십마리나 떼죽음을 당한것은 충격적이다.천연 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전세계에 3천여마리 밖에 없는 희귀 조류로서 해마다 일본규슈에서 월동후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낙동강과 주남저수지에서 휴식,떠나는 귀한 손님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이처럼 보호 받는 재두루미가 지난2일 구미시 일선교에서 9마리가 죽은것을 비롯, 5일에서 해평대교 인근 낙동강변에서 28마리나 밀렵꾼의 소행으로 보이는 독극물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것은 실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21세기 진입을 앞둔 문화국민이라 스스로 내세울수 있을것 인지 부끄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희귀 동·식물을 보신강정제로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호하고 가꾸기보다 몰래 잡아 죽이고 채취해서 생태계를 깨뜨리고 자연을 파괴한다.

그런가하면 눈앞의 개발이익에 눈이 어두워 아름다운 자연을 공공연히 파괴 하기를 서슴지않는다.

재작년 경남의 유명한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인근 주민들이 '새야 오지마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갈대 밭을 불태운 일이 있었거니와 이것은 바로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어떤것인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개발이익에 매달려 철새를 쫓아보내는 것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처럼 보신용으로 밀렵을 시도 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어쨌든 알 곡식에 독극물을 섞어 철새를 대량 살륙하는 그런 행위는 정말 용납키 어려운 것이다.

전 인류가 보호해야할 생명체는 어떤 연유이든간에 손상시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 당국도자연보호를 구호로만 되뇔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보호대책을 마련, 실행했어야만했다.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와 구미 인근 낙동강변등 요소 요소에 행정력을 기울였다면이번 같은 불상사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의 지배자가결코 될 수 없고 되려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먹이사슬과 서식지 고리에 의해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종류의 생명체가 멸종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궁극적으로 인류가 피해를 입는 다는것은이제 상식이다. 이제 우리도 희귀동식물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고 근시안적 개발이익에서탈피,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문화적 안목을 갖출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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