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중추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가 검찰수사대상에 올라 국민의 관심을 끌고있다. 안기부는 작년 대선때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이른바 '북풍(北風)공작'문건을 만들어 몇단계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북경각심을 높여 김후보를 떨어뜨리려는 공작을 한 것이란 얘기다.
사실 안기부는 본래의 역할수행으로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 컸으나 국민일반인식은 '두려운 존재''정치 사찰 기관'등으로 아주 나쁘게 각인돼있는 측면도 강했다. 그래서 80년 신군부집권때도 당시의 중앙정보부를 안기부로 개칭(改稱)까지 하면서 '개혁'을 시도했지만, 되레 국가보위의 기능이 아닌 권력안보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있다. 김영삼 정부도 안기부를 해외정보수집및 대공분야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다시한번 수술대에 올려 놓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적(人的)청산수준에 머물고 만 것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로 그동안의 안기부 적폐(積弊)를 씻어내려는 노력이 새정부에 의해 시도되고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조직·인적구성·기능등 안기부의 3대요소를 재점검하고 지금시대가 요구하는 해외경제 정보수집활동의 강화를 꾀할 수 있는 일대 혁신이 요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용공조작수사가 철저한 진실규명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보복적인 냄새를 풍긴다든가, 인위적 정계개편을 노린 정치인 사정(司正)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결국 인적청산쪽으로 검찰의 수사와 안기부의 개혁에 초점을 두게되면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권력자는 권력지향적인 국가최고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서 떠나 권력자와 그주변을 보위하는 업무를 수행할때, 그것을 받아들일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안기부가 제자리서 오로지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한 지원기관으로 충실하게하려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에도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돼 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은 최고권력자의 실천의지가부족했기때문이다. 안기부도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위해선 정치입김을 배제할수 있는 갖가지 현실적 답안을 작성, 대통령에 강력히 건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금 야당에서추진하는 검찰총장 탄핵문제에 서명하는 야당의원에 대해 검찰의 지인(知人)들이 '손떼라'는 겁을주고 있다는 소문도 나도는데, 안기부 역시 정치권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온 전철을 밟지 말고 굳건한 국가정보기관으로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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