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작가 정순재신부-"암울한 곳에서 발견한 희망"

"만삭인 여인의 나신(裸身)을 신부가 찍을 수 있는 겁니까?"

사진작가 정순재신부(경산 용성성당 주임신부)가 사진에세이집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분도출판사刊)를 내놓았다. 그리고 독자로부터 '항의성'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물은 "신부가 왜 사진에이렇게 애착을 느끼느냐?"는 질문도 이같은 '의외성'에서 출발했다.

정신부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사진으로 뭔가를 외치고 싶다". 성당의 강론 이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어 사진을 했고, 그 사진에 담겨진 메시지로도 한계가 있어 에세이를 붙였다는 것이다.'이 풍진…'은 지난 95년 '바람처럼 돌아오는 사람이 그립다'(사람과 사람刊)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사진에세이집. '신곡을 읽는 창녀''이브의 빛나는 배'등 64꼭지의 글과 사진으로 엮어져 있다. 그의 앵글은 꽃상여, 구치소의 철문, 비키니 여인, 산부인과병동, 나환자등 거침이 없다."지금은 절망의 시대 아닙니까. 그러나 구름 걷히면 뭐가 있습니까? 빛은 어둠과 함께 해야 더욱아름답습니다".

제목도 1919년 3·1운동 이후 널리 대중에 퍼진 '희망가'의 첫소절을 땄다. 암울한 세상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찾자는 의미다.

정신부는 지난 77년 대구에서 첫 개인 사진전 '새남터의 목소리'을 연 이래 86년까지 서울, 대구에서 모두 8차례의 사진 전시회를 가졌다. 화려한 곳 보다는 소외되고 '버려진' 곳, 아름다운 곳보다는 치열한 곳에 앵글을 대 성직자다운 '소명'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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