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정부 인적구성 성격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청와대수석비서관 및 17개부처 장관을 임명한데 이어 8일 차관급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국민의 정부'로 명명된 새정부의 주요 인적구성을 완료했다.역시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 해방후 첫 호남정권 탄생의 의미가 그대로 담겨졌다. 이번 정부 요직인사결과 겉으로는 DJP연합정권의 성격을 나타냈지만 실질적으로는 호남정권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청와대를 비롯 검찰, 경찰, 안기부 등 소위 권부(權府)의 핵심은 호남인맥들로 거의 독식해버렸다. 이전 정권보다 오히려 더한 인상마저 풍겨주고 있다. 이를놓고 정가에서는 서군(西軍)의 진군(進軍)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선 김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청와대수석비서관의 면면을 살펴보자. 경북출신의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비서실 간판을 달았지만 강봉균(姜奉均)정책기획수석과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호남출신이고 문희상(文喜相)정무수석과 김태동(金泰東)경제수석은 김대통령쪽사람이다. 청와대를 주무를 실무진들은 거의 국민회의 출신이거나 호남출신들이 장악했다.

다음으로 내각은 호남, 충청, TK연합정권의 속성을 보였다. 그러나 자민련이 경제분야를 맡았지만 통치분야는 국민회의가 담당했다. 천용택(千容宅)국방장관,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은 전남출신이고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장관은 김대통령계 인물이다. 실제로 각부처별로조직실세들은 호남인맥들로 채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대목은 법을 집행하고 사정을 담당하는 소위 권력기관의 책임자들이다. 한마디로 호남일색이다. 한승헌(韓勝憲)감사원장에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과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모두 광주고출신들이다. 또 차관급인 경찰청장에는 전남출신인 김세옥(金世鈺)경찰대학장이 임명되었다.

게다가 안기부도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이 취임했지만 사실상 호남인맥이 내부를 거머쥐었다. 안기부제1차장(국내담당)에는 신건(辛建)전법무부차관이, 제2차장(국제담당)에는 나종일(羅鍾一)경희대교수가 각각 기용됐다. 그리고 기조실장에는 이강래(李康來)전국민회의총재특보가 내정되었다. 나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실무책임자인 행정실장을 맡아왔고 이기조실장은 청와대정무수석 발탁설에 회자될 정도로 김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호남출신인사다.

국세청장도 권부의 요직자리다. 이자리는 당초 모 호남인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자민련측의 강력한 대시로 충남출신인 이건춘(李建春)서울지방국세청장이 최종 낙점되었다.이미 정가에서는 실세가 따로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김태정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김세옥경찰청장은 대통령도 알지 못하는 인물로 경찰인사위원회에서 천거한 인물"이라며 궁색한해설을 붙였다.

한편 정가에서는 김대통령이 대도박을 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난파선인 한국호(韓國號)를 자기 의중대로 한 번 이끌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시인 반면 연립정권하에서 소수세력을이끌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상황에 따라 위험부담도 높을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어쨌든지역차별을 없애겠다며 대선때 차별금지법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던 김대통령이 과연 이를 실천할 수 있을 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듯하다. 또 새정권이 DJT연합정권을 표방했지만내막적으로는 DJ단독정권 성격을 드러내 향후 DJ와 JP간의 마찰도 충분히 추측되고 있어연합정권의 장래도 궁금사항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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