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온건파 득세

여야간 격돌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갈 데까지 가보자"며 강경 일변도로 나가던 한나라당 내부에서 온건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가 당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의 인준을 위한 재투표 수용주장도 하고 있다.아직 총리서리체제 해소라는 대원칙이 한나라당의 당론이긴 하지만 서서히 목소리를 키우는 이들의 행보가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전후만 해도 일부이긴 하지만 목소리를 내오던 이들 온건론자들은 지난 2일 국회본회의에서 여당의원들에 의한 투표저지 행위가 벌어지자 그나마 자취를 감추었다.그리고 지금까지 한나라당 소속의원 다수는 비록 야당이지만 원내 다수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자존심을 꺾어버리려는 행태에 대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치적 견해차이라기보다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샅바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중진들도 밀어붙이기만 하는 여당의 부족한 정치력과 손상된 다수당의 자존심 회복을 지적하고 있다. 2일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저지한 여당의 물리력 동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여전히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는데 따른 여론의 부담이 가중되자 당론채택 여부를 떠나 소속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총리인준 재투표 수용까지를 포함하는 타개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일부는 당론이 집단논리에 빠지기 쉬운 의원총회에서 결정내려지는데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1백6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결국 비효율성을 떠나 군중심리까지 동원돼 강경일변도의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모든 현안에 앞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는 과정에서도당내 각 계파 보스나 중진들은 한결같이 초·재선이 사실상 좌지우지 해 온 당운영 방식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11일에는 박세직(朴世直), 김일윤(金一潤), 김종호(金宗鎬)의원 등은 총리인준을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투표행위 저지에 대한 유감표시 등 제스처가 사전에 필요하겠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기류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대치정국에 한가닥 실마리를 제시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李東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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