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 동심… '장애'도 날려 버린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효성유치원. 세살난 수정이(이하 가명)는 교실에 들어가려 신발을 벗다 자꾸넘어진다. 승권이가 달려와 신발을 벗겨준다. 유리는 말을 못한다. '몸짓'이 유리의 언어. 다른 아이들도 손발짓을 해가며 유리의 친구가 된다.

해님반. 수업이 막 시작되자 26명의 아이들이 카펫 깔린 바닥에 앉아 그림책을 들었다. 책읽기도잠시. 여자 친구의 긴 머리카락을 당기는 아이, 벌러덩 드러눕는 아이, 떠드는 아이. 수업 진행이안된다.

선생님이 목소리를 낮추자 조용해 진다. 그러나 고요도 잠시. 여섯살 정호가 자꾸 몸부림을 치기때문이다. 몸을 돌리다 책꽂이에 '쿵' 부딛힌다. 정호는 앞을 못본다. 그래서 자꾸 엉뚱한 곳으로간다. 이곳 저곳 더듬는 정호가 안쓰럽지만 선생님은 방향만 잡아 줄 뿐. 모든 걸 스스로 해야한다.

옆 교실 '달반'. 한 아이의 장난으로 조용하던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 세상의 소리를 못듣는유리는 들은척 만척, 숫자놀이에 혼이 팔렸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유리의 얼굴은 한층밝아졌다.

이 유치원엔 6명의 장애 아이들이 있다. 장애아 끼리 공부하는 특수유치원과 다르다. 한 반에 한명은 장애아. 두살에서 다섯살 이다.

'장애'가 동심(童心)의 세계에서는 어른세상과 같은 '장애'가 아니다. 더불어 사는삶. 아이들은 약한 친구를 도우며 사회성을 배운다.

지난해 자폐증 아이가 이곳을 찾아왔다. 한해동안 이 아이와 선생님들은 참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수난이 부활의 기쁨을 낳았을까. 이 아이는 병이 호전돼 올해 여느 애들처럼 건강한 초교생이됐다.

효성유치원이 장애아를 맡게된 것은 2년전. 정율리아 원장이 이곳에 오면서 부터다. 정원장은 장애아를 '예수님의 선물'이라고 여긴다.

정원장은 "장애아와 정상아, 나이 많고 적은 아이들이 한 곳에서 어울려야 장애아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정상아들도 양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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