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솜털같이 부드러운 아침햇살은 창문틀에 살며시 내려와 톡톡소리를 내며 나의 귓전을 가볍게 두드린다. 잠에서 깨어나 라디오 볼륨을 높이니 'Love me tender'라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사랑은 나를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든다는 내용의 가사가 그윽한 커피의 향기처럼 방안을 맴돌다,나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대문 앞에 놓인 조간신문은 마치 방금 구운 붕어빵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정치면은 뒤로하고 사회면 4단기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울신촌 대학가에서 여대생들이여자도 거리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자며 거리행진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안피우는 것도 어쩌면 개인적 관심사일 뿐인데 구태여 이런 행사까지 해야하는지 약간의 어리둥절 했다.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휘발유값이 약간 내려서인지 예전에 비해 소리도 맑고 경쾌하게 들렸다. 신호대기중에 차창 밖으로 보니, 옆차선의 차안에서 20초반의 아가씨가 콤팩트로 연신 얼굴을다듬고 있었다. 그 여자는 예뻤다. 햇살은 곧장 아스발트지면 가까이까지 바싹 내려와, 자동차바퀴 밑에서 멈추었다. 그러나 짙고 칙칙한 어둠이 세차게 몸을 감싸던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왔는데도 마음은 겨울외투의 무게 만큼이나 무겁기만 하니 어쩐 일인가. 대구지역 실직자의 수가11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 그레고리는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흉칙하고 무서운 벌레로 변하여 가족을 위협하고 끝내는 죽어간다. 실직은 개인의 문제만은아니다. 가족생계까지 위태롭게 한다. 영화 'LA컨피덴셜'의 첫 도입부는 "지상의 낙원 LA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생활비가 값싸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정말 우리도 그건 시절이 빨리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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