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를 창구로 남북경협이 급속히 추진된 것은 IMF 덕분이다. 역설이지만IMF가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기여한 것이다. IMF구제금융 신청이전 대표적 중소기업 업종인 섬유 등 경공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중화학 제품에 밀려 수출비중은 해마다 떨어졌다. 은행에서도 서자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IMF는 섬유 등 경공업제품을 수출효자 상품으로만들었다. 폭발적으로 치솟은 환율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시킨 것이다.
밀어내기 수출과 수입상들의 과도한 에누리 요구가 섬유 등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호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언제 수출 경쟁력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 이 때 북한과의 남북경협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북한의 싼 임금을 활용, 원부자재를 가공, 수출하면 채산성을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측의 사정도 우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북한은 현재 극심한 전력난에 처해있다. 때문에전력소모량이 엄청난 중화학 공업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 전력수요가 적은 경공업 제품유치가 북한에도 유리했다는 얘기다. 또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입장에선 개방에 우리를 굳이배제시킬 이유가 없었다. 남북의 이해가 일치하자, 경협문제는 쉽게 풀렸다.
지난 1월12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 온 한국양산공업 협동조합 김동균 이사장은 "북한측도 경공업 유치에 적극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남북경협은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이 있을까. 북한을 방문하고 온 기업인들은 노동의 질이 매우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중국보다 노동의 질은 훨씬 나은데 비해 임금수준은 오히려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부자재를 북으로 가져가 완제품을 만드는 임가공 사업은 유망하다. 서울의 전자조합 10여개 업체가 지난해부터 평양에 마이크와 콘덴서를 조립생산, 성공한데서도 북한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괜찮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게다가 북한과의 교역은 국내 교역으로 간주돼 관세마저 물지 않으니 기업인들은 일거양득이다. 또 평양근교인 남포항에서 인천항까진 뱃길로 2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물류비용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관심분야인 북한의 봉제수준은 만족할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사장은 "봉제비가 중국의 절반이하여서 채산성은 충분하다"며 "가격, 수량 및 수송문제 등은 5월 2차 방북때업종별로 협의키로 합의한 만큼 평양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경협이 우리에게 적잖은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않다. 먼저 북한의전력사정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남포지역에 봉제공장을 지은 대우가 전력품질이 떨어지는 줄미리 알고 자체 발전기를 가져갈 정도였다. 여기에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미비로 이미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의 고생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중소기업을 비롯 대부분의기업들이 나진.선봉지구 보다 남포지구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중기협 중앙회에 몇가지 경협조건을 내걸었다. 생사, 메밀, 참깨 등 북한산 농산물과특산물 및 수공예품을 반입해달라는 것.
특히 생사 등 농산물 생산을 계약재배로 해줄 것과 비료 농약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중기협 중앙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 북한상품을 위한 상설전시판매장을 중기협 중앙회에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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