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權씨 할복 정국의 安保불안

북풍(北風) 공작혐의 수사과정의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의 할복사건은 국가안보문제를 두고여야가 극한대립하는 상황을 빚고 말았다. 권씨의 할복이 의료진들의 판단으로는 '자해(自害)라기보다는 자살기도에 가깝다'고 하나 검찰과 여당은 자해라고 보고, 변호인과 야당은 자살기도로 보는 것에서부터 견해가 다르다. 이같은 견해차는 할복이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말해주는 입장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것은 여권이 '기득권세력의 반발'로 규정한 것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권씨의 할복과 관련, 국가의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 이같이 자신과 국가에 불행을 주는 일을 저지른데대해 유감의 뜻을 가지면서 먼저 애국적 자세로 사실을 밝혔어야 옳다고 본다.설사 검찰조사가 못마땅한 점이 있더라도 법정에서 정당하게 사실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 할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권씨의 할복문제가 북풍공작사건수사를 꼬이게하면서 이에 앞서 언론에 폭로된 이대성 파일문제가 여야의 사활을 건 정쟁거리로 부각됨으로써 정국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이대성 파일중 국민회의 관련부분에 대해선 그것이 '조작'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담고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보고 문건 공개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북풍공작의 실체를 밝히려는 작업이 수구저항세력의 끈질긴 은폐기도로 저항받고 있다"며 북풍공작 실체규명작업을 계속한다는 강경입장이다. 남북대치상황에서 북한관련 정보 고문건이 핵심정쟁사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사항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국기(國基)의 불안을 의미한다. 게다가 지금은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하는 경제위기속에 놓여있어 이같이 국기가 흔들리는 사태가 겹치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민은말할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알려진 바로는 이 문건에는 야당쪽보다 여당쪽 정치인이 더 많이 포함돼 있고 북풍사건의 수사초점이 당초 정치권쪽으로 향하다 이때문에 안기부쪽으로만 돌려졌다는 추측도 일고 있다. 그래서북풍조작문제는 항간에 많은 의혹과 소문이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의혹과 소문들을 불식시키려면 북풍문건을 공개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되고 여당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제 이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기불안을 막으려면 정치권은 이를 정쟁화하지 말고 국정조사등을 통해 합리적·합법적 절차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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