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행정자치부가 '금모으기 운동'을 일단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수집 금(金) 2백25t, 환산된 달러 21억 7천만달러 당초예상 목표액 2백50억달러의 10%선이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저력과 애국심을 보여줬다고 자찬했던 범 국민 캠페인은 과연 성공한 것인가 실패한 것인가.
91년전 똑같은 외채상환을 위해 벌였던 국채보상운동을 되돌아보면 해답은 이번 캠페인 역시 아쉽게도 '실패'다.
1세기동안 두번에 걸쳐 벌였던 한국인의 국난극복 단결이 두번다 '실패'로 평가된다는 것은 IMF못잖은 또 하나의 국치가 아닐 수 없다. 담배를 끊고 반 지를 팔고 의연금을 내고 금을 모았는데 왜 '실패'라고 하느냐는 반문이 나 오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史實)들은 그런 반문이 얼마나 자만에 찬 우 문인가를 깨우치고 있다.
반지를 빼다파는 국난극복의 국민운동은 일본에서 먼저 있었다. 우리의 국 채보상운동이 일어나기전 노일전쟁때 이미 일본 부녀자들은 반지와 패물을 팔고 짚신을 신으며 군비를 지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강대국인 청과 러시아 와의 버거운 전쟁에서 끝내 승리했다. 우리 국채보상운동 격문에서 조차 '5 천만백성(일본)들은 짚신을 신고 부녀자들은 반지와 패물을 모아 군비에 보 탬으로써 마침내 위대한 공적과 위풍을 창조할 수 있었다. 어찌 이 사실을 흠모하지 않을수 있겠는가'라고 썼을 정도다.
그러나 당시 애국충정의 취지가 담겼던 우리쪽 국채보상운동의 결과는 어 떠했는가. 일본 헌병대 기밀보고 407호에 의하면 12개월동안 5개신문사와 2 개 민간모금기관에 걷힌 의연금 총액은 18만8천환, 총외채 1천3백만환의 1% 를 조금 넘는다. 그뒤 계속된 모금에서도 2백31만여환만이 걷혀 목표액의 16%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2천만 동포가 석달만 담배를 끊으면 모을수 있다 고 했던 모금액이 16%선에서 열기가 식어버리고 끝난 것은 일단 목표액 달성 에서 '실패'했고, 3년뒤 국난극복은 고사하고 한일합방이라는 망국의 국치를 당함으로써 구국 국민운동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91년이 지난 오늘날 두번째 벌이고 있는 금모으기 운동도 우연의 일치처럼 10%선에서 서서히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은 구한말로의 회귀를 보는듯하다. 더구나 구한말 당시(광무10년)의 외채규모는 연간 총 국가세입예산 1천3백18 만환과 같은 액수였지만 지금의 외채는 국가 총예산(70조)의 3배가 넘는 규 모임에도 아직 10%선에서 맴돌고 있음은 세계인, 특히 금반지모으기에서 승 리의 역사를 가진 일본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국채보상운동 당시 담배를 끊어서 외채를 갚자는 격문 을 보고 초기 일본 통감부는 '조센진들은 연초를 즐기니 캠페인이 오래 못갈 것'이라며 가볍게 방치, 조선인을 업신여겼고 탄압과 방해공작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모욕이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더더욱 부끄러운 것은 당 시 부유층의 냉랭한 호응이 보여준 계층간의 모래알 같은 분열이었다. 당시 '대한매일신보'에서는 '부객(富客) ××는 한푼도 의연치 안흠으로 타매(침 을 뱉고 욕설을 함)치 안흘수 없다더라'는 기사를 싣고 영세서민층만 참여하 고 정부고관, 사대부층의 호응없음을 연일 비판 했다. 이번 금 모으기 운동 에서는 역시 서울 중심 부유층들의 금괴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 이나 쉬 뭉쳐질줄 모르는 국민성을 돌아보게 한다.
더구나 애국적 국민운동은 시나브로 끝내면서 일부 백성들은 다시 흥청거 리고 지도층은 공작정치를 위해 적과의 내통까지 주저치 않는 나라. 그런 국 가에서는 정보책임자가 비록 할복을 했다해도 나라밖에서는 나르시즘적 자살 의 멋이나 사이판옥쇄때 일본군 사령관들이 보여준 자기 징벌적 할복의 비장 함 보다는 자살 유형상 독직이 발각될때 선택한다는 자기 방위적 자살 기도 로 비하돼 비쳐질지 모른다. 이래저래 모든것이 그저 부끄럽다. 참으로 부끄 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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