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자동차산업 "공회전"

22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쌍용자동차 구지공단.

계획대로라면 공장 건설에 들어가야할 때지만 그러한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허허벌판에 찬바람만 매섭게 들이치고 있다. 한때 대구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주목받던 구지공단의현주소다.

3년이라는 허송세월을 증명하듯 잡초가 사람키를 훌쩍 넘어설만큼 커 버렸다.

깎다만 산 절개지, 깊숙이 패인 물웅덩이, 거대한 돌무덤만이 황량한 공단을 지키고 있다.현장사무소 한 직원은 "3년동안 수백명의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고 않고 공단조성에 땀을 흘렸으나 지금은 뿔뿔이 흩어지고 4명의 직원만이 남아 벌판을 지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쌍용자동차-삼성상용차-위천국가산업단지를 잇는 대구시의 자동차산업벨트 구상이 좌초위기에내몰리고 있다.

자동차산업 벨트의 구심점인 구지공단 쌍용자동차공장건설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삼성상용차도 IMF암초에 걸려 사업규모를 되레 줄이고 있다.

자동차산업 벨트의 지원부대격인 자동차부품업은 내수경기가 급랭하면서 조업시간을 단축하는 등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82만평의 부지에 99년까지 총 2조7백억원을 투자, 연간 3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하에 올해부터 승용차 생산공장 건설에 들어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기술제휴선인 독일 벤츠사와의 합작투자가 무산된데다 자금난끝에 대우그룹에 인수합병되면서 자동차공장 조성계획은 원점으로 돌려졌다.

대우는 미국 GM사의 자본을 끌어들여 자동차산업을 주력업종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추진, 구지공단에 자동차공장 건설가능성이 한때 엿보였다.

그러나 대우는 1조원의 신규투자 부담때문에 구지공장건설을 투자계획에서 배제한 상태이다.지난해 10월 첫차를 출고한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내 삼성상용차.

불과 반년도 안돼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18만평에 달하는 부지의 절반이상은 허술한 펜스에 둘러싸인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잡초가 무성하게 나있고 직원용 농구대, 족구장 등이 공장부지 일부를 점령해버렸다.지난해 10월이후 공장가동률은 내리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형트럭 생산대수는 월 4백대에서 올들어선 80대로 급감했다.

재고차량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이들 차량들이 빈터와 공장내 도로를 조금씩 채우고 있다.삼성상용차는 2000년부터 대형트럭 8천대, 소형트럭 10만대, 레저용차량 10만대 등 연 20만8천대를 생산, 2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내수경기 침체로 자동차부문 2기 투자계획이 유보되는 바람에 올해 9월부터 생산예정이던 소형트럭은 대형트럭라인의 일부를 개조, 사용키로해 생산규모가 10만대에서 2만5천대로대폭 축소됐다.

레저용차량은 99년 하반기부터 연 1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자체가 아예 유보됐다.이 때문에 50여개의 부품업체를 유치할 예정이었던 15만평규모의 상용차 부품협동화단지 조성 계획도 자연 백지화됐다.

위천국가산업단지내 자동차부품전용공단 조성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

대구시는 국가공단지정시 45만평 규모의 부품전용공단을 조성키로 하고 2백여개의 업체를 유치한다는 세부계획까지 세워뒀다.

그러나 국가공단지정이 정치논리에 휩쓸리면서 부품공단조성은 아무런 진전도 보지못하고 있다.자동차산업벨트의 3개축인 쌍용자동차, 삼성상용차, 부품공단 어느 하나 제대로 돼가는 것이 없다. 자동차부품업 등 지원분야도 삐걱거리기는 마찬가지.

8백여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 완성차업체들의 조업단축으로 납품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이상 감소했다.

가동이 멈춰진 기계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집에서 번갈아 휴가를 보내는 근로자들도 부쩍늘어났다.

ㅅ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겨울 정도"라며 "언제 기계가 멈출지도 모르는 형편에 신규투자는 아예 생각조차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진중인 달서구 신당동 성서3차단지 2단계 7만평부지의 자동차부품단지 조성계획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70여개의 지역 자동차관련업체와 입주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자동차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들업체들이 제때에 돈을 내고 입주할지 미지수.

삼성상용차와 쌍용자동차가 본격 가동시 약 3만5천명에서 4만명의 기술및 기능인력 수요가 예상됐으나 사업축소 내지 무산으로 산·학·연 공조체제하의 기술·기능인력양성도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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