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에 평생을 바친 두 노미술인의 책

아름다움에 대한 잔잔한 관조 미술의 향기, 사람의 향기.

미술에 평생을 바친 두 노미술인의 책이 '조용하게' 서점가에 선보였다. 화려한 광고나 독자를현혹하는 수식도 없이 마치 그들이 바친 미술인생에 대한 관조처럼 조용하게. '어느 미술관장의회상'(시공사 펴냄) '나의 미술, 아름다움을 향한 사색'(열화당 펴냄).

'어느 미술관장의 회상'은 지난 81년부터 83년까지, 86년부터 92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석남(石南) 이경성(80)선생의 회고록이다. '언제나 과거는 아름다운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불행한과거라 할지라도. 왜냐하면 사람은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가 회고록을 쓴 이유다. 그로서는 팔십 평생을 통해 겪은 일들이 모두 아름다운 한폭의 유화처럼 회상된다.

인천에서 태어나 1937년 동경 와세다대학 법률과에 입학했다. 인천의 친구인 미술학도 이수남(학병으로 전사)을 만나면서 미술과 '조우'하게 됐고 1943년 법률을 버리고 미술(와세다대학 문학부미술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미술평론가로, 근대미술사가로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굳혀 간 것은 1956년 이화여대 조교수, 1961년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던 기간. 그의 미술론과 미술평은 '빈약하던' 한국화단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평생 15종의 저서와 40편의 논문, 그리고 3백여편의 평론을 발표했다.

그는 인천시립박물관, 이화여대 박물관, 홍익대 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워커힐 미술관을 만드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50년이 넘도록 미술관을 만들고 미술관장이 돼 미술관 창을 내려다보며 살아온 셈이다. 그가 최근 호암미술관 서쪽으로 난 창을 내려다 보면서 느낀 것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는것. 그의 아름다운 인생의 결론이다.

최종태(67)화백의 수상집 '나의 미술, 아름다움을 향한 사색'은 일관되게 '아름다운 것'을 다루고있다. 금동미륵반가상, 백제금동향로, 석굴암, 그리고 이집트 인도 등을 주유(周遊)하면서 겪은 아름다운 사물들에 대한 그의 느낌을 소박한 그림과 함께 엮었다.

그는 금동미륵반가상을 '인간존재가 정화된 사랑과 기쁨의 완전한 표현'이라고 적고 있다. 아름답다는 말조차도 넘어서 있는 경지. 참아름다움을 성스러움의 경지에까지 이끈 백제의 혼. 그는 이앞에만 서면 찬사가 아니라 경배가 우러나온다고 했다.

경어체의 글들과 소담스런 그림들에 저자의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고마움'이 빼곡이 박혀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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