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계이야기-냉수성 물고기

맑은 물에서 사는 대표적인 물고기는 '버들치'이다. TV의 화면에서 맑은 물을 보여줄 때 주로 등장하는 물고기이다. 이 물고기는 어떻게 맑은 물에서 사는 행운을 안게 되었을까?버들치는 지금은 하천의 최상류인 산간 계류의 찬물에서만 살고 있으나 과거에는 중하류의 물이느리게 흐르고 버들이 늘어진 하천의 가장자리에서도 많이 살았다고 한다. 버들치란 이름은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는 중하류도 물이 맑고 온도도 낮았음을 뜻한다. 그러던 것이 하천의 오염때문에 최상류로 쫓겨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온도가 낮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그 물고기가 살아가는데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며 자연하천에서 그러한 조건을 갖춘 곳은 하천의 상류밖에 없다. 상류에서는 하천의 바닥이 주로 굵은 자갈로 되어있으며 경사가 급하여 물의 흐름이 빠르다. 따라서 물이 회전하면서 흐르고튀어오르기도 하므로 많은 양의 산소가 녹아들어가고 물의 온도도 낮아지게 된다. 물은 온도가낮을수록 산소를 더욱 많이 녹일 수 있다.

그러면 버들치는 왜 이러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일까? 실은 이러한 환경을 좋아하는 물고기는 버들치만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열목어, 산천어를 비롯하여 버들치의 사촌인 금강모치, 새미, 쌀미꾸리, 잔가시고기, 둑중게등도 똑같이 이러한 환경을 좋아한다. 이러한 물고기들은 '북방계의 냉수성 어종'으로 분류된다.

북방계라는 것은 이들이 북쪽에서 내려왔음을 의미하는데 그 북쪽이란 흑룡강(아무르강)을 나타낸다. 흑룡강은 우리 민족이 일제시절 많이 살았던 간도의 유명한 해란강과 송화강을 지류로 포함하고 사할린쪽으로 들어가는 큰 하천이다. 오랜 옛날 빙하기에 동해가 거대한 호수였을 적에아무르강은 이 호수에 연결되어 있었고 이 호수는 일본의 북해도 부근 태평양과 연결돼 있었다.그 당시 아무르강에 살던 물고기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지금 우리 나라의 동해쪽 하천으로 들어올수 있었고 빙하가 물러갈 때 같이 따라가지 못하고 남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르강은 북위 40~45도 정도에 걸쳐 있어 매우 추우며 그 곳에 살던 물고기가 빙하를 따라 내려왔다가 우리 나라에 남아 온도가 낮고 물이 맑은 제한된 환경에서 살게 된 것이다. 아무튼 맑은 물에서 살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일지 모르지만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종의 보존에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채 병 수

(영남자연생태보존회·어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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