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 '내핍' 선거운동

여느때보다 이번 재·보궐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선거종사자들도 여느때보다 짜진 '실탄'(선거자금)지원에 혀를 내두른다. 50억, 1백억원대의 재력가가 몰려 승부를 펼치는 문경·예천 보궐선거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일부 선거구에서는 선거 진영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선거법 취지에 충실한 때문인지 다만 거친 성명전만 오갈 뿐이다. 선거도 IMF를 타는 것일까. 선거 전문가들은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란 혼돈스런 '사건'에 이어 곧바로 치러지는 작은 선거인데다 IMF라는 태풍이 정치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불가피하게 이번 재·보선이 '검소한'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대구 달성, 경북 문경·예천 및 의성 등 세군데 재·보궐선거에서는 대선을 통해 집권당이 맞바뀌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중 여야 후보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곳이 달성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후보와 국민회의 엄삼탁(嚴三鐸)후보간 선거 행태가 확연히 역전됐음을느끼게 한다. 박후보는 지난 12일 치른 개편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빵도 돌리지 못하는 '초라한'대회를 치렀지만 엄후보는 15일 개편대회에서 빵은 물론 멀티비전까지 동원한 행사로 힘을 과시했다. 선거사무실도 박후보는 기존의 사무실(1백28평)이 비싸 현재 60여평 사무실(보증금 3천만원, 월20만원)로 이전한 반면 엄후보측은 김석원(金錫元)전의원이 사용하던 1백25평 사무실을 임대, 기를 죽였다.

유세차량도 엄후보측이 1t 봉고트럭에다 멀티비전 차량까지 활용중인데 반해 박후보는 멀티비전차량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재력가 후보들이 맞붙었다는 문경·예천 보궐선거. 그러나 이곳에서도 아직 '선거특수'는 보이지않는다. 여야 주요정당 후보들의 공천이 선거등록일이 임박해서야 결정된 것도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선관위에 50여억원의 재산을 등록한 한나라 신영국(申榮國)후보. 신후보는 최근 한 TV토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도지부 여성부장의 권유로 파란 와이셔츠 2벌을 8만원에 장만했다. 그러나그것조차도 불필요한 돈을 썼다고 마뜩찮아 할 정도. 1백29억원의 재산을 등록한 무소속 이상원(李相源)후보의 선거사무실도 64평 수준에 불과, 재력에 비춰 규모가 초라한 편이다. 이곳 선거관계자들은 "지난 15대 총선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며 공히 '자린고비 선거'가 될 것 같다고 관측한다.

의성재선거 자민련 김상윤(金相允)후보는 저렴한 지하사무실을 선거본부로 활용하고 있다. 김후보가 지구당위원장을 맡기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자금이 없어 옮길 수도 없었다는 전언. 선거본부사무실이 지하에 있는 곳은 전국에서 김후보가 유일하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후보는 법상 선거운동의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는 확대당직자회의조차축소해서 할 계획이다. 두차례 할 수 있는 정당연설회도 그 비용때문에 아직 일정잡기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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