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여민동락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한 메디컬센터의 의사가 발표한 '해고당한 사람보다 해고를 실시한 관리자가받는 스트레스가 더 높다'는 연구 논문은 정리해고를 최대 이슈로 하고 있는 우리에겐 한번쯤 눈길이 가지는 내용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입장에서 보면 "무슨 얼토 당토 않는 소리냐"며 반박을 할 일이지만 그 의사의연구 결과는 5년간 전국의 심장마비 환자 7백91명의 병인 등을 정밀 조사한 결과라고 하니 황당한 것만은 아닌것 같다.

어쨌던 IMF체제 이후 우리사회는 너나할 것 없이 심한 스트레스 속에 생활하고 있다. 직장인은물론이요, 기업인, 장사하는 사람, 가정주부 심지어 철모르는 초등학생들 조차 IMF형 스트레스에휩싸여있다.

얼마전 대구 어느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동반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이 생활고를 비관,부인과 두자식이 함께 극약을 먹고 자살한 이사건은 IMF체제에서 나타난 사회적 병리 현상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IMF이후 그 빈도가 3배이상 늘어났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우리도 모르는 새 IMF는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불행들을 마구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이 판에 국내 유수 경제연구소들이 저마다 내놓는 경제 전망마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IMF 체제는 '지금부터'라는 사실과 함께 '실업자 2백만명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어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도미노 현상이 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 거리에는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실직자들이 하루 1만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사람들, 거리의 지하도나 역 대합실등에서 새우잠을 자는 자는 행려자들이 늘어나는 우리의 불행한 현실에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새정부가 IMF체제의 극복은 국민적 고통을 담보로 한다는 국민적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에 대한 일방적 고통요구가 아닌 정부 차원의 따뜻한 정책적 배려를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북풍공작 시비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안기부의 전직부장이 자살소동을 벌이면서 이 문제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온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했던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난국 극복의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북풍사건에만매달린 채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삶과 국가를 위해 몸을 던져 헌신하겠다던 선거때의공약은 오간 데 없고 사지에 내몰린 유권자들의 절박한 삶의 현장을 외면하고 있는것이다.정치란 오로지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는데 있다. 민본주의(民本主義)를 주창한 중국의 현자 맹자(孟子)는 정치를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했다. 참다운 치자(治者)는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 하여야 하며 민심을 잃고 나서 혼자의 어떤 즐거움도 즐거움일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온국민들에게고통분담을 요구한 정치권은 지금 국민과 더불어 아픔을 함께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아야할 것이다.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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