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구리소년"실종 7년"…한 친구의 기다림

'엇갈렸던 약속시간이 만 7년의 이별로 이어질 줄이야. 이제는 가물가물하기만 한 친구의 얼굴. '죽었다' 생각하고 잊으라는 주위의 충고도 들리지만 떨쳐버릴 수도 없는 일. 친구와의 낚시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91년 3월26일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사라진 성서초교 어린이 5명 중 김영규군(당시 4학년)의 친구 노경덕군(17·서부공고 2년). 7년전 그 날 오전 10시 동네 낚시가게 앞에서영규군을 만나기로 했던 노군은 약속시간을 잘못 알고 1시간 일찍 나가 기다리다 친구들이 나타나지 않자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영규군은 동네 선후배 4명과 함께 실종됐고 노군은 약속시간을 잘못 안 탓에 이들 '대열'에서 빠졌다.

"그 날이 임시공휴일이어서 전 날 하교길에 낚시 가기로 약속을 했어요. 영규와는 학교근처 '장기못'에 자주 낚시를 갔기때문에 그 날도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했죠. 여러 명이 함께 가는줄은 몰랐고 약속시간이 돼도 안 오길래 20분쯤 기다리다 집으로 왔습니다"

3학년때 같은 반이어서 영규군과 절친했던 노군은 와룡산으로 갔다가 실종됐다는 이야기에 의문을 표시했다. "영규가 산에 간다는 말은 안했어요. 더욱이 영규네 집이 산과 가까웠지만 부근이온통 군부대여서 일반 민간인들은 얼씬 못하는 곳이에요. 지금도 어디서 왜 실종됐는지 짐작할수 없습니다"

노군은 지금도 공부잘하고 활달했던 영규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부터 든다. '내가 그 자리에있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무섭고 끔찍합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아요. 영규와 저 사이엔아직 낚시약속이 남아있으니까요"

아직도 7년전 그 집에 살고 있다는 노군은 언젠가 찾아오고야말 영규를 위해 낚시도구를 버리지못하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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