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극문학의 역사 한눈에

러시아 극문학의 진수를 소개한 '러시아 희곡'(전 2권·열린책들펴냄)이 발간됐다. 연세대 조주관교수 등 네명의 소장 노문학자가 번역한 아홉편의 희곡을 담은 '러시아 희곡'은 알렉세이 황제의후원으로 시작된 17세기말의 융성기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수록작품은 폰 비진, 그리보예도프, 푸쉬킨,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오스트로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 아홉작가의 대표작들.

먼저 러시아 극문학의 전성기를 이루어낸 풍자작가 폰 비진의 '미성년'은 선량한 신부감과 그가상속할 재산을 노리는 임시보호자, 이들을 혼내주는 힘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작가의 계몽주의적의도를 관철시키고 있는 고전적 도식의 희곡이다.

심리주의극의 전범은 이후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푸쉬킨에서 발견된다. 푸쉬킨이 스스로 낭만주의적 비극이라 이름붙인 '보리스 고두노프'는 전통적 희곡 형식을 과감히 파괴, 장이나 막 구분없이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죄없는 아내에 대한 의심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신의에 대한 배반이 극내용을 이루는19세기 낭만주의 작가 레르몬토프의 '가면무도회'는 사회적·시대적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개인의고양된 감정과 열정의 비극을 그렸다.

틀에 짜여진 희곡을 거부하고 일상생활 속의 비속함과 권태, 자기만족등을 풍자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려 가장 현실감 있는 러시아인의 모습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는 고골은 '검찰관'에서 엉뚱한 사람을 도시 감찰차 온 관리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잡다한 사건들을 통해 관료주의 사회의도덕성 상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투르게네프는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희곡을 썼는데 '시골에서 한 달'은 가정교사로 일하는 젊은 대학생 벨라예프와 주인집의 여러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역시 민중의 교화를 목적으로 희곡을 썼다. 최초의 희곡인 '어둠의 힘'에서 톨스토이는 불륜과 살인, 살인에 대한 방조와 교사 등 어둠속에서 주인공 니키타가 양심의저항을 통해 죄를 고백하고 갱생의 길을 찾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톨스토이와 동시대에 활동한 체홉은 '벗나무 동산'에서 극적인 사건의 부재, 말과 행위의 괴리,내적 흐름 등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심리주의를 넘어선 객관주의를 보여줌으로써 세계 연극사에서현대극의 정초를 세운 극작가로 평가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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