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속의원 이탈 가속화-"탈당도미노 시작이냐"

박세직(朴世直)의원이 26일 탈당결심을 당 지도부에 통보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탈당 도미노현상을 몰고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빛이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최근 남평우(南平祐)의원의 사망과최욱철(崔旭澈)의원의 의원직 상실 그리고 이수성(李壽成), 이홍구(李洪九)고문의 여권행으로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그런 마당에 지역구를 가진 박의원마저 당 운영과 정체성의 문제를 들어 탈당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당사로 찾아간 박의원을 만난 조순(趙淳)총재나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서정화(徐廷和)전당대회의장 등은 박의원의 마음이 이미 떠났음을 확인하고는 재·보궐선거의 악영향을 우려해 탈당을하더라도 4월2일 이후에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소속의원을 붙잡아둘 만한 힘과 매력을 상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미 당에서 마음이 떠난 의원들 숫자가 10명선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들은 주로 수도권과 충청권 출신들이다. 그러나 박의원 같이 TK출신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다만 그럴듯한 명분이 없어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들이 당을 떠나고 싶은 첫째 이유는 낙선 우려다. "호남과 충청표가 하나로 합쳐진 DJP(김대중-김종필)연대가 유지된다면 선거는 하나마나"라는 것이다. 이럴 바엔 야당을 고집하기보다는 말을바꿔 타자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특히 서울·수도권 출신들은 공공연히 "DJP연대를 깨지 못하면 우리가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총리인준문제나 북풍문제를 정치쟁점화시켜 여야 격돌로 몰아간 것도 이들의 강성기류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은 DJP연대 붕괴에 주력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남보다 먼저 움직일 공산이 크다.

둘째 이유는 당내부의 사정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당권을 놓고 지도부와 비당권파 간의 치열한세력다툼이 벌어지고 또 이 싸움이 조만간 끝이 날 것 같지도 않다. 또 이를 계기로 당이 쪼개지는 사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이들은 당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다시 말하면 미래에 대한 전망이 지극히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야당이지만 재선과 정권창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굳이 떠날 이유가 없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당장 4월2일 재·보선에 대한 승리확신이 약하고 특히 6월 지방선거는 이변이 없는 한 영남지역밖에 기대를 걸수 있을 뿐이다. 비관론자들은 영남지역도 석권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이들은 6월 이후 한나라당이 급속한 재편의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에 가까운 전망을 하고 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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