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9시5분 수성구 ㄱ고 정문. 자녀를 태우러 학부모들이 몰고온 승용차 20~30대와 독서실버스 2대, 학원버스 2대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야자(야간자율학습)'가 싫어요" 한 눈에 지쳐 보이는 김모군(17.2년)의 첫 마디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자율'이 없어요"
조모군(16.1년)은 "애들이 '야자' 마침종 울리는 시간만 기다린다"며 "중학교땐 오후 5시에 마쳤는데 이제는 밤 9시까지 공부해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는 "어른들은 전인교육, 소질계발도 필요하다면서 영어.수학만 공부하라 한다"고 불평했다.
6명의 학생이 탄 모 학원의 미니 버스안. 어디 가느냐는 물음에 "자정까지 학원에서 국.영.수 3과목 강의를 듣는다"는 대답. "힘들지 않느냐"고 다시 말을 건네도 굳은 표정만 지었다. 보충수업.자율학습을 시켜야 사교육비가 준다는 교육청의 주장이 맞지 않는 현장이다.
아직 학교도서관에는 3백여명의 학생들이 밤을 지키고 있다.
아들을 기다리던 학부모 최모씨(43.여.경산시 계양동)는 "새벽1시에 잠자고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야 된다"며 파김치가 된 아들이 안쓰러운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근의 ㄷ고도 마찬가지. 밤 9시40분.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군(17.2년)은 "야자는 하고싶은 애들만시켜야 한다"며 공부를 강요하는 학교를 원망했다. 조모군(17.2년)은 "수업만 끝내고 하고 싶은것,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억지로 공부하니 능률도 오르지 않고 아예 잠자는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20여명의 학생중 '야자'가 좋거나 필요하다는 학생은 단 1명도 없었다.
오전7시부터 밤11시~12시까지 학교에 붙잡혀 있는 아이들. 교육부와 교육청이 강조하는 수요자중심교육, 전인교육, 열린교육은 교육현장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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