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벤처에 도전한다-썸 마이크로 필터

경북 왜관공단에 자리잡은 '썸 마이크로 필터'(대표 윤태룡·45)는 기체 및 액체 여과용 초정밀금속필터를 제작하는 업체다. 초정밀 금속필터는 강선을 촘촘히 엮어 구멍 크기를 1백만분의 1㎜정도로 만든 것. 수입에 전량 의존하다가 최근에야 겨우 국산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수입대체품목이다.

이들 필터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원사 제조공장에서 원료를 배합한 뒤 실을 뽑아내기 전에 이물질을 걸러내는데 쓰인다. 어떤 필터를 쓰느냐에 따라 매출액을 결정짓는 생산수율이 5% 가량 좌우된다. 국내 대형 화섬사의 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1조원정도. 좋은 필터를 쓰면 업체당 최고 5백억원이 순이익으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연간 5백억원을 그냥 버리는 셈이 된다. 때문에 화섬사들은 지금껏 국산 필터 사용을 꺼려왔다.

지난 96년 금속필터 수입총액은 2천만달러 이상. 어림잡아도 금속필터 내수시장 규모는 3백억원대에 이른다. 모그룹 화섬업체 부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91년 퇴사한 윤사장은 남들이 도전하지못한 틈새시장을 노리기로 했다.

"국내 화섬사들이 먼저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생산기술연구원 등에기술개발을 의뢰했고 품질을 인정받아 지난해부터 국내 화섬사에 필터를 공급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매출액을 5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현재 '썸 마이크로 필터'는 세계 5대 화섬사 가운데 하나인 일본 테이진에 필터를 공급하고 있다.국내에서도 제일합섬, 고려합섬, 태광산업 등이 지난해 테스트를 거쳐 이 회사 제품으로 바꿨다.올해는 아직 국산화가 되지 못한 폴리에스터 필름제작용 필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오디오, 비디오테이프이나 사진 필름에 쓰이는 폴리에스터 필름은 어느 품목보다 높은 정밀도와 순도가 요구된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만이 살 길. 종업원이라고 해야 20명 남짓하지만 연구실을 따로 두고 있다. 생산품은 물론 생산기계도 모두 자체 설계했다. 때문에 공장 자체가 대외비인 셈.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이 14건이고 20여건을 현재 출원 중이다.

"제품을 개발하고도 국내 화섬사에서 국산품을 외면하는 바람에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꾸준히 테스트를 의뢰했고 결국 신뢰를 얻게 됐죠. 현재 일본 수출 단가는 국내 보급가의 2.5배에 이릅니다. 그만큼 우리 제품이 품질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죠"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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