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금융감독위에 거는 기대

1일 발족한 금융감독위원회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어느때 보다 크다. 금융기관에 대한 종합적인감독은 물론 그동안 우리경제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에 대해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부권력의 직접개입이 아닌 국제기준의 실현을 통해 은행과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감독기구는 언제나 직접개입의 형태로 이뤄졌기때문에 비능률과 정경유착의 병폐를 낳아왔었다. 따라서 일단은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의 시도라는 점에서 평가 받을만하다.

그리고 재벌에 대한 부채비율 200%준수는 현실적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기는 하나 IMF의 요구조건이어서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고 또 어차피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과감히 시도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실제로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등에서 금융전문가가 파견돼와 우리 개혁에 컨설팅을 하게 돼있어 국제기준에 따른 개혁은 어쩔수 없게 돼 있다.

이번 금감위의 조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혹시도 있을지 모를 정치논리의 유혹에는 빠지지말아야 한다. 금감위원장도 금감위는 더이상 정부의 지시나 받아 이를 시달하는 집행기구가 아니다라고 업무의 독립적 수행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될지의문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재벌의 재무구조개선은 이번의 조치대로 강력히 밀고 나가면 재벌에 있어서는 금감위원장 표현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경련 회장이 무역수지흑자 5백억달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해서 재무구조개선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 하는 식의 접근은 재벌개혁에 임하는 금감위의 자세로는 정확한 상황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구심을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지원과 은행의 건전경영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금감위는 중소기업지원으로 생긴 은행의 부실에 대해서는 면책조치를 취해주기로 했으나 이는 은행의 건전경영이라는 대명제와는 맞지 않는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좀더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그리고 은행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체제로 나가면 근본적인 금융개혁을 이루었다고 할수가 없기때문이다.

---정치개혁 근본부터 다루라

국회선거법개정소위에서 여야가 국회의원, 지방의원, 자치단체장등 선거직공직자의 주례를 금지하고 선거구내의 경조사에 축·부의금을 못내도록 법으로 명문화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공직활동에 지장을 주는 주례를 못하게 하자는 것과 고비용(高費用)정치의 한 몫을 하고 있는 경조사의 축·부의금지논의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그같은 주례와 축·부의금이 선거구민과의 유대와 득표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현실적 이유때문에 선뜻 입법화하지 못했었다. 그런 현실적문제에도 여야가 이같이 합의함으로써 고비용정치의 한 원인을 제거하고 선거직 공직자의 공직활동시간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잘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직자들도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축·부의금 허용범위와 관련 획일적으로 선을 긋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보면 실제 법집행에선 많은 문제점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법이 있으나마나하게되고 이 법과 관련 고소고발도 많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합의는 그렇다치더라도 정치권이 추진해야할 근본적 정치개혁의 문제는 이같은 지엽적 문제의 논의속에 함몰되는 느낌을 받고 있어 답답하고 불쾌하다. 지금 우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위해 노·사·정의 고통분담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사회전반의 구조조정과제를 지상명제로 안고 있다.

이미 그 과정에서 하루 1만명수준의 실직자 발생등으로 노·사는 무한한 고통을 겪고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 주어진 구조조정의 문제라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정원ㄹ감축, 지구당폐지, 선거구를 포함한 선거제도개선등의 본질적 문제해결에는 꼼짝도 않고있다. 이같은 정당법, 선거법, 국회법, 정치자금법등의 골격과 관련된 정치개혁사안은 바로 정경유착, 고비용정치등 우리사회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는 근원적 원인인것이다. 정치가 바로 서지못하면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위한 노력을 기울여도 종국적으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정치개혁의 선후가 이러함에도 고작 합의한다는것이 국회의원 개개인과 가장 이해관계가 깊은 선거전 공직사퇴시한 감축, 경조사나 주례문제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것은 잘못의줄기와 뿌리는 두고 가지만 치는격이라 할 것이다. 이번 4·2재보선에서도 혼탁·과열현상이 재연되고있는 모습에서 정치권의 구태를 읽을 수 있고 지방선거가 두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지방의원정수와 선거구문제가 조정되고 있지 않는것은 정치개혁포기 인상마저 준다.여야는 먼저 핵심정치개혁사안부터 처리해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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