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목.조림 탁상사업 생태계 되레 파괴

대덕산 정상에서 뻗어나온 산줄기는 팔공산을 향해 치닫는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죄지은 듯 '읍'하는 자세로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낮은 구릉지들. 그러나 생태학자들은 이런 곳이야말로 주요 동식물 군락 사이를 연결함으로써 생태계의 젖줄이 되는 중요한 지형이라고 말한다. 나무심기를 비롯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4월, 대구 생태계의 젖줄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대구시 달서구 시립묘지. 성서공단 안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이곳은 임자없는 묘지들을 옮겨다 놓은 것만으로도 음산한 분위기가 넘친다. 곳곳에 토양침식으로 웅덩이가 생겨 썩은 물까지 고여있는 이곳은 생장력이 지나치게 강해 '폭군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아카시아 숲이 맥을 못추고 시들어 있다. 그나마 성한 나무들은 인근 주민들이 마구 베어가 황폐화된상태.

팔공산쪽으로 더 내려간 남구 대명동 순복음교회 뒷산에도 10년 이상 된 잘 자란 아카시아나무수십그루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목격된다. 산비탈 토양침식을 막기 위해 조림사업을 한 이곳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토양침식이 심각한 실정. 결국 땅도 죽고 나무도 죽어가고 있다.

해마다 수십억원씩 예산을 들여 조림사업을 펴고 있는 시, 군, 구청들. 그러나 심고 나면 그만, 관리는 없다. 식목·조림사업의 첫 단추인 수종선택에서부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책상행정은 올해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대구시가 올 봄 식수기간에 심은 나무 6천여그루 가운데 잣나무가 2천6백여 그루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생태 전문가들은 잣나무가 한랭다습한 곳에 적합한 수종으로 무덥고 습도의 편차가 심한 대구지역 야산에 심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가 아닌 구청공무원들이 임의로 수종을 정하는 바람에 수십억원의 세금이 그대로 말라 죽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나무를 심는 방법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한 종류의 나무가 일렬로 나란히 자라는 단순림은산불 발생시 불이 잘 번지고 진화작업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번 식수기간에 각 구청들은 산불로 산림이 소실된 지역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서 또다시 '단순림'을 선택했다. 중, 서, 수성구청은한가지 나무만 1천여 그루씩 심었고 두가지 또는 세가지 종류를 심은 다른 구청 역시 한가지 수종에 주력해서 심고 다른 종류는 1백~3백 그루씩 심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토양이나 기후조건은 물론 평지, 산비탈, 산등성이등 지형별로 가장 적합한 수목인 '잠재자연 식생자원'을 선정해 식수사업을 벌여야 하며 이미 형성된 조림지역의 관리에 더욱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달서구 시립묘지의 경우처럼 아무리 생장력이 강한 나무라도 환경에 맞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심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조림사업의 결과가 결국 생태계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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