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고3병, 도시락 병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점심을 함께 했다.

조용한 분위기의 음식점이어서 우연히 7~8명의 옆 좌석에 앉은 부인들의 열띤 토론내용을듣게 되었는데, 주제가 고등학생들의 단체도시락 주문 등인 것으로 보였고 고3학생 어머니들로 보였다.

고등학생 아이가 있고 도시락 걱정으로 가끔씩 꿈까지 꾸는 내게 유난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어서 토의 결과가 궁금할 정도였다.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여건 하에서 인문고 3학년 아이인 경우 정규수업외에도 보충수업, 자율학습, 야간자습 등 명칭도 갖가지인 특별수업까지 마치고 나면 대개는 12시 전후가 되어'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장난스런 인사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귀가해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채 잠도 깨지 못한 상태에서 절반정도의 아이들이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고, 무거운 책가방에 점심·저녁 두개의 두시락까지 더불어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부가시키고 있다.

교육열이 유난한 우리 실정에서 수험생뿐만 아니라, 엄마를 비롯한 온 가족이 함께 고3병을앓고 있으며 가끔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친구들과 전화통화나 모임시에 다른 대화를 하다가도 도시락에 대한 고민이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로 등장, 도시락도 고3병중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임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입시위주의 현 교육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고등학교 단체급식문제는 필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혹자는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고 도리이며 기본이 아니냐고 반문하거나 비난하는 이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거나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아이들 입장에 서서 한번쯤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면 억지주장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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