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 중국 닫힌 중국-화장실로 돈번다

중국 거주 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중의 하나는 아마도 화장실문제가 아닌가싶다.

지난 91년 처음으로 중국에 갔을때 화장실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터라다시 그곳에 가게됐을땐 과연 어느정도 달라졌는지를 눈여겨 살펴봤다. 확실히 대도시의 큰빌딩들이나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 등지에는 문달린 화장실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화장실들은 이전과 별차이없었으며,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했다.중국화장실은 대개 재래식의 처수오(厠所)와 수세식인 웨이성지엔(衛生間) 두가지로 나뉜다.아파트엔 웨이성지엔을 갖추고 있지만 태반을 차지하는 핑팡(平房: 단독주택)은 마을공동처수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기업체·학교·박물관 등 각종 딴웨이(單位:직장)에도 웨이성지엔보다 처수오가 많다.

거의 모든 처수오에는 문이 없다. 입구에 남녀용을 가리키는 난처(男厠)·뉘처(女厠)의 표시만 있을뿐 어디에도 문이 없다. 변기도 따로 없고 시멘트바닥의 밑부분만 구멍이 뻥뻥 뚫려있거나 한복판이 하수도처럼 패여있다. 마구 용변을 보는 탓에 특히 겨울철엔 발을 살짝 디뎌야지 자칫 미끄러져 분뇨속에 발이 빠질수도 있다. 칸칸이 나지막한 시멘트벽이라도 만들어진 곳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고 대개는 서발막대 거칠것없이 훤히 트여있다. 어떤곳은 일렬종대로, 어떤 곳은 일렬횡대로 앉게끔 돼있다. 어느경우든 눈의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면다른이들의 용변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된다.

이런 곳에서 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잡담까지 하면서 여유만만하게 일을 본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용변보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한채 예사롭게 얘기를 나눈다. 급히 일을 보고 불에덴듯 뛰쳐나가는 사람은 십중팔구 외국인들. 그중엔 궁여지책으로 양산을 펴들고 몸을 가리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눈길을 끌게된다. 우리야 한번 보면 그만이라지만 같은 직장동료끼리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화장실에서 맞닥뜨릴텐데, 더구나 상사와부하직원이 그런모습으로 마주친다면…?

더욱이 이해하기 힘든 것은 문달린 화장실에서 조차 굳이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할머니나 나이지긋한 아줌마들이야 또 그렇다하더 라도 20~30대 젊은여성들까지 문을 홱홱 열어젖히는데는 아연해질뿐이다. 사막의 베두인족에게 편리한 아파트에서 살도록 배려했더니 얼마못가 대다수가 다시 사막에 나가 천막생활을 하더라지만 중국의 수도베이징에서조차 문달린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보다 더 지독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인것 같다. 아마도 화장실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중국인뿐이지 않을까. 여행지는 말할것도 없고 거리곳곳의 공중화장실 대부분이 유료이다. 최소 2~3마오(20~30원)에서 5마오(50원), 백두산입구처럼 비싼 곳은 1위엔(1백원)까지 받는다. 5마오라면 서민들에겐 채소 1근(1근=5백g)정도 살 수 있는 가격. 하루에도 수천수만명이 오는 유명관광지는 화장실 수입료만도 막대해서 자금성 등 일부 명소의 화장실수입은 우리돈으로 월 억대에 달한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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