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직고통 달래주는 희망의 샘터

'희망을 담아 가세요'.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황제 예식장 맞은편 'IMF 쉼터 레스토랑'. 30여평에 지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실직자의 그늘진 마음을 달래는 '희망의 향연'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실직자들을 위한 따뜻한 식사와 소주 한잔의 여유가 있다.하지만 무료 제공의 '한끼의 배부름'보다 더 한 무엇이 있다. IMF 레스토랑 주인이면서'실직자의 대모'라 불리는 조현자씨(42). 그는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아내에게조차 차마말할 수 없었던 실직의 고통들을 함께 나누어 갖는다. "눈물과 웃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용기를 얻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할수 있는 작은 몫이기도 하죠"지난달 10일 문은 연 IMF 레스토랑에는 매일 20~30명의 실직자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점심을 해결하러 오거나 또다시 빈손으로 마감하는 하루의 허탈감을 술 한잔에 털어버리려 오는이들이다. 단골로 이곳을 찾는 박모씨(42)는 "이곳에 오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있다"며 "편안한 공간에서 서로의 처지를 나누다보면 일자리를 찾으러 나가는 발걸음이한결 가벼워 진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조씨의 따스함이 큰 몫을 차지한다. "손님이 없어 하루빨리 문 닫는 것이가장 큰 소망이죠. 하지만 몇달 정도로 생각한 기간이 상당히 늘어날 것 같아 안타깝기만합니다"

매달 3백만원의 사비를 털어 이곳을 운영하는 조씨의 인생역정은 별다른 표현을 보태지 않아도 실직자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간다. 고교졸업후 22세때 처음 참기름 장사로 사업에 뛰어들어 그동안 의류도매업, 의류공장 등으로 기반을 닦아 현재는 인쇄업체와식료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지난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경의 세월이었다. 특히나지난해 10억원의 부도를 만난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10대의 미소를 잃지 않은 조씨는 2백여명의 대식구를 책임지고 있는 '처녀 가장'으로서, 5년전 시작한 노인무료급식소 '수녕의 집' 운영과 '독거노인 반찬보내기운동' 등을 계속 혼자서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에 매달 2천만원의 경비를 집어 넣어야 하지만 '베푸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조씨는 "실의에 빠져있는 분들에게, 여자 혼자서 이 많은 일을 하기까지 겪었던 실의와 고통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 요즘도 제대로 잠을 못자는 날들이 많지만 앞으로 잘해 갈 것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줍니다"고 말했다.실직의 아픔을 새출발의 희망으로 바꿔놓는 곳. IMF 레스토랑은 오늘도 지친 발걸음으로쭈뼛쭈뼛 문을 여는 이들과, 그리고 웃음을 남긴 채 떠나는 이들로 붐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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