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강'은 카우보이 영화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영원한 카우보이' 존 웨인이 주연한 영화. 게다가 카우보이의 고향 텍사스를 무대로 한 정통 서부극이기 때문이다.
'레드 리버'는 미국 텍사스주 북쪽 오클라호마주와 경계를 이루며 굽이쳐 흐르다 루이지애나주를 관통해 미시시피강에 합류하는 큰 강이다. 그래서 레드 리버는 텍사스의 드넓은 평원을 찾아가는 모험가들이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었다.
텍사스의 거친 황야를 소떼로 뒤덮인 카우보이의 땅으로 가꾸고 콩과 밀이 자라는 기름진땅으로 개간하기 위해 개척자들은 이 강을 건너 텍사스로 찾아갔다.
그러나 영화 '붉은 강'의 흔적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제작된지 이미 50년. 세월의 거리가 너무 먼 때문일까.
기자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현재 지도상에 '레드리버'라는 행정구역 이름을 가진 지역이었다.
'레드리버 카운티'는 댈러스에서 동북쪽으로 약1백마일 떨어진 곳으로 오클라호마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레드 리버 카운티의 중심도시는 클락스빌. 인구 2천명에 불과한 클락스빌은재판소 건물을 중심으로 넓지도 좁지도 않은 광장을 가진 전형적인 미국 소도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영화 '붉은 강'에 대해서 아예 아는 사람조차 만날 수 없었다.
기자는 자동차를 돌려 '진짜'강을 찾아갔다. 클락스빌에서 북쪽으로 약20분쯤 달리자 강이나타났다. 과연 '레드리버'라고 쓰인 표지판이 이 강이 '붉은 강'임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찻길은 강을 건너 바로 오클라호마주로 넘어갔다. 그러나 영화 '붉은 강'의 흔적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기자는 다시 자동차를 돌려 텍사스로 건너와서 붉은 강 강줄기를 따라 뚫린 좁은 지방도로를 훑어보기로 했다. 195번이라는 번호가 붙은 소로 주변에는 소를 기르는 목장이 줄지어있어 그나마 영화 '붉은 강'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목장에서 풀을 뜯는 소떼의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붉은 색 픽업트럭 한 대가 멈춰서서 기자가 카메라를 거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우디'
텍사스 특유의 인사말이 반갑게 들려왔다. 자신을 '케빈'이라고 소개한 60대 카우보이는 텍사스 시골구석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동양 손님을 내심환영하는 기색이었다.
케빈은 영화 '붉은 강'을 알았다.그는 영화에 나오듯 붉은 강 물줄기 가운데 소떼를 몰고 건널 수 있는 곳은 그곳으로부터 다시 1백마일 가량 떨어진 타호마 호수 부근뿐이라고 알려줬다.
타호마 호수 초입에는 과연 영화속에 나오듯 한쪽이 야트막한 절벽을 이룬 붉은 강의 강줄기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소떼가 건너다녔음직한 강폭이 좁은 목에 지금은 발전소 댐이 건설돼 있었다. 발전소 수문 부근에 강태공들이 모여 낚시에 열중이었다.영화 '붉은 강'의 주인공은 존 웨인이 연기한 톱 던슨. 그에게 붉은 강은 희망의 강이었고,또 배반의 강이기도 했다.
존 웨인은 이 영화 '붉은 강'에서 황야처럼 거친 카우보이의 이미지를 굳혔다. 레드 리버를건너 텍사스를 처음 밟은 그가 땅을 차지했을 때도 그랬고, 소 떼를 몰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대장정에서 카우보이들을 다룰 때도 그랬다.
그는 레드 리버를 건넌 뒤 보이는 것이라곤 멀리 지평선 뿐인 대평원에 자리를 잡고 수소와암소 한쌍을 풀어놓았다.
"이 소들이 어디까지 가든지 그곳은 내 땅이 될 것이다"
던슨은 이 한마디로 대평원의 주인됨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순간 두 사람의 멕시코인이 말을 타고 나타나 그 땅은 어느 부자 멕시코인의 소유라고 경고한다. 그 자리에서 던슨은 그 중 하나를 사살하고 다른 멕시코인을 살려보내면서 "주인에게 이 땅에 새 임자가 나타났다고 알려줘라"고 쫓아보냈다.
총과 배짱으로 땅을 차지하는 개척시대의 '힘의 질서'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세월이 지나 텍사스 최대의 목장주인이 된 뒤 던슨은 큰 돈을 벌기위해 소떼를 몰고 미주리롤 이동하기로 결심한다.
'트레일'이라고 부르는 소떼를 몰고가는 대장정은 카우보이들의 고행길이었다.그러나 텍사스 벌판에서 기른 소를 제값에 팔기 위해서는 미주리나 캔자스주 등 철도가 닿는 도시로 소떼를 몰고 가야했다. 그래서 카우보이들에게 트레일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한장정이었지만 성공하는 경우 '한탕'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대 모험이었다.
던슨은 트레일에 참가할 카우보이들에게 엄격한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한다. 트레일 도중던슨의 명령에 절대 복종할 것이며 트레일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를 위반하는경우 던슨은 총살을 포함한 극형을 집행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래서 던슨 역을 했던 존웨인은 거친 카우보이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던슨이 강을 다시 건넜을 때 붉은 강은 배반을 싹 틔운 좌절의 강으로 변했다.던슨이 소떼를 몰고 붉은 강을 건너 트레일에 나섰을 때 카우보이들은 트레일의 목적지를미주리에서 캔자스로 바꿀 것을 원한다. 그러나 던슨의 태도는 단호했다. 트레일을 원치 않는 자는 그의 총에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카우보이들 사이에는 반란의 싹이 움트고 마침내 던슨은 아들처럼 믿었던 청년 매트로부터 배반을 당한다. 매트는 부상으로 거동조차 힘든 던슨을 홀로 남겨둔 채 트레일을 이끌고 캔자스로 향했다.
"난 널 끝까지 쫓아 갈것이야. 나는 널 죽이고 말 것이다"
매트는 던슨을 배반했고 던슨은 매트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영화 '붉은 강'은 보든 체이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소설에서 던슨은 매트를뒤쫓지 못하고 붉은 강을 다시 건너와 텍사스 땅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영화 '붉은 강'에서는 끝까지 매트를 추적해 캔자스의 한 도시에서 매트와 격투를벌인 뒤 극적으로 화해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레드리버(미 텍사스주)·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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