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 하청공장 전락

섬유수출은 갖가지 규제가 많다. 섬유업은 개발도상국들이 맨먼저 시작하는 초기산업. 중화학 공업은 엄청난 자본이 드는데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개도국들이 참여하기 힘든 탓이다. 우리 나라도 60~70년대 수출드라이브 시대때 섬유가 수출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 대부분의 후발 개도국들이 최근 섬유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이 때문에 섬유, 특히 직물은 세계적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WTO체제를 출범시켜놓고도 섬유부문만 쿼터제로 묶어 수출물량을 규제하고 있다. 개도국들이 싼 값에 수출하는 섬유물량으로 인해 자국 섬유산업이 붕괴되는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수출쿼터 배정을 통한 섬유수출 규제도 오는 2005년이면 폐지된다. 쿼터제도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WTO이념에 배치되는데다 개도국들의 거센 요구를 선진국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섬유수출을 쿼터로 묶어 물량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EU 15개국 및 노르웨이.캐나다.터키.브라질 등. 이들 지역은 수출하고 싶어도 쿼터가 없으면 수출이 어렵다.

특히 미국지역의 인기 수출품목이며 지역 섬유업체의 주생산품인 합섬 장섬유직물은 늘 쿼터 물량 부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래서 지역 섬유업체들은 쿼터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대기업이나 종합상사들이 가진 기본쿼터를 배정받아 수출에 나서야 한다.따라서 지역 섬유업체는 대기업과 종합상사의 하청공장으로 전락,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없다. 더욱이 올해는 비쿼터 지역인 홍콩 등 동남아 지역의 수출이 크게 부진해 쿼터지역으로 수출 물량을 늘려야 하나 쿼터배정량 부족으로 지역 섬유업체의 수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역 섬유업체들이 쿼터 재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쿼터 재배정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대기업과 종합상사,섬유생산업체간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쿼터 배정방식이 워낙 복잡해 두부자르듯 쉽게 자를 수가 없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직기시설 비율에 따라 쿼터를 재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할 경우 합섬 장섬유직물은 미국지역에서 8백73만㎡, EU지역에서 10만kg가량 지역 섬유업체에 쿼터배정량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직기시설 비율에 따른 쿼터 재배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먼저 '직기등록제'가 폐지된상태에서 직기대수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나 종합상사들이 생산시설은없지만 하청공장을 통해 수출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생산시설을 기준으로 한쿼터재배정 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동국무역 백욱기 회장은 "동남아 등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쿼터물량을 소진하지못하고 있으므로 우회수출을 통해 원산지만 바꾸는 방식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면서 "쿼터 재배정 문제는 한국섬유직물수출조합내에서 수출업체끼리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말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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