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19일 후보등록과 함께 16일간의 공식선거전에 돌입했다.
지난 95년 실시된 6·27 지방선거가 34년만에 지방자치를 전면 부활시킨 선거라면, 이번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선거라고 규정할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부 출범 1백일만에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이와함께 15대 대선이후첫 전국규모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의 'DJP 연합'을 선택했던 민심이 새정부의 1백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이자, 의석 과반수가 넘는 거대야당 한나라당에 대한 '민의의 심판'으로 규정하고 있다.한나라당 역시 '지방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도 '인사편중'과 '표적수사', 실업대책 미비 등 여권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유도하겠다는생각이다.
여야가 이처럼 6·4 지방선거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선거결과가 새정부의 국정운영방향 및 향후 정국의 흐름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한뒤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선거승리를 정계개편에 대한 유권자들의 '양해'로 해석, 정국안정 및 개혁입법을 위한정계개편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여권이 호남과 충청권 등 텃밭 뿐아니라 수도권과 제주, 강원도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삼고있는 것도 한나라당을 '영남당'으로 국한시켜 향후 정국을 '영남' 대 '비영남'의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정국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국민회의와자민련간 공동정권의 위상에도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특히 실업자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까지패배할 경우 여권이 총체적 위기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절박감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여권 일각에서는 심지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새정부가 출범 1백일만에 '레임덕 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절박한 사정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이후 침체된 당의 활력을 되찾고 원내 제1당으로서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패배할 경우 당의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민정계와 민주계, 구민주당계 등 복잡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당의 일체성을 유지하고 이끌어갈만한 이념이나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돼 계파간 갈등이 노출되고, 여기에 여권의 정계개편시도가 가세할 경우,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뿐아니라 총체적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승리해야 한다는여권의 입장과, 패배할 경우 당의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야권의 절박한 입장이, 어느 한쪽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이번 선거가 정계개편이나 여야 내부의 권력이동 등 정치권 전체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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