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지난 3월 27일 일본 동경대 혼고 캠퍼스는 '동대인들의 총(總)참회장'이 된 적이 있다. 이날 하스미 시게히코 총장은 졸업식사를 통해 지난해말부터 잇따라 터져나온 금융 스캔들로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동경대 졸업생들을 '부끄러운 동대인'으로 규정하고, 동문들의 비리 반성을 촉구해 화제를 뿌렸다. 하스미 총장은 "동경대가 그런 비리풍토를 제공했다면 마음속 깊이 절절한 참회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으며, 일본 최고 엘리트관료의 산실인 동경대는 그 이후 관료 부패를 부른 원인을 놓고 자신들의 책임을 심각하게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를 정면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韓寅燮)교수는 서울대 법학연구소 학술저널인 '서울대 법학'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법조비리의 책임중 상당부분이 서울대 법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자성론을 편 것이다. 한 교수는의정부지원 법조비리문제가 우리나라 법조인의 60% 이상을 공급해온 서울대 법대의 문제라며, 법조인과 법대인들의 윤리회복을 촉구하고, 법조비리의 근절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수요자인 국민 시각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률가는 분쟁의 사전 예방자로 자리잡아야 하며, 법조인 진입 장벽을 높이 치고, 고액 수임료를 유지하려는 이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도 서비스여야 한다. 사법이 이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법 서비스는 송무보다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시련도 법의 정신과 절차적 정의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국정 전반과 국민생활 전영역의 '예방적 법률 서비스'라는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조계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