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아그라의 교훈

6년전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YS와 대선에서 맞붙었을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논평들을 했었다. '70노인의 정력으로는 대통령이 된다해도 임기나 끝까지 채우겠는가' 그런데 그는 아직 살아있고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머잖아 곧 1천마리의 소떼를 몰고 남북분단후 판문점을 평화적으로 건너는 최초의 민간인이 될 야심찬 꿈에 부풀어있다.

낙선후 YS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핍박을 받으며 기(氣)가 꺾인 채 의기소침해 있던 시절, 간간이 언론에 비친 그의 건강은 외형상으로도 70노인의 초췌한 모습으로 비쳤던게 사실이 다. 그러나 만약 그가 대선에서 당선되고 대통령이란 야망을 이뤘다면 어떠했을까. 그래도 사람들의 우려대로 초췌하고 시든 70노인의 모습을 보이다가 임기도 되기전에 쓰러졌을까 아니면 정씨 특유의 기(氣)가 펄펄 살아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면서 2층고속도로를 만들고 IMF따위는 한줌에 날려 버릴 기세로 경제대국의 터를 닦았을까.

뜬금없이 정씨의 건강얘기를 끄집어 낸 것은 사실은 비아그라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비아 그라는 알려진대로 풍자해서 상황을 그리자면 대충 이런 약이다. 목욕탕에 들어온 한 남자 의 쭈그러진 심벌에 AIDS란 글자가 씌어 있었다. 탕안의 남자들이 에이즈 환자인줄 알고 슬금슬금 피하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알약 한개를 먹자마자 심벌이 불끈하고 쭉 펴지면서 주름에 덮여 있던 나머지 글씨가 나타난다. '아디다스(ADIDAS)'. 비아그라와 스포츠용품 을 동시에 선전한 셈이다.

장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기(氣)의 집산(集散)의 결과라고 보았고 맹자도 기란 '가득 차 는것'이라 했다. 섹스파워도 그 원천은 약이나 의술적인 시술이 아니라 우주생명의 기가 가득찬데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육체라는 배터리에는 우주의 생명력인 기(氣)에너지가 충 전돼야 하는것이다. 마음의 기를 채움으로써만이 육체의 기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명 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건널 의욕과 야심을 불태울 용기(氣)를 마음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도 몰락한 YS의 이미지에 대비되는 국민적 이벤트를 보여 줌으로써 잃었던 심기 를 되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1억 남짓한 미국남성들의 30%가 고개숙인 남자라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추산이 사실이 라면 미국 사회는 육체와 마음의 기가 손상된 병든 사회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비해 아직 10%만이 고개숙인 남자라는 한국의 남성들은 비록 경제는 IMF중이지만 미군부대앞을 지날 때마다 빳빳하게 세우고(목) 지나가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도 너무 격심하게 마음의 기를 손상당해 있다. 총체적 국가사기는 저하되고 심 기(心氣)는 밤의 음기처럼 침잠돼 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아그라같은 속물적 처 방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저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氣)의 회복과 충전이다. 모두들 새로운 용기를 가지자. 정신과 마음의 기를 일으켜 세우면 육체의 기는 비아그라없 이도 저절로 일어선다. 경제를 살리고 나라의 사기를 살리려면 먼저 국민의 기부터 살아나 야 하는 게 이치다.

최근 정치권이 과거 정권종사자에 대한 잇따른 구속과 과거 조사로 사회 전체에 위축된 분 위기를 만드는 것은 좀더 신중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인사문제로 공직사회나 지역간의 사기를 떨어뜨린 부분도 그렇고 북풍 뒷조사, IMF관련자 구속, 대대적인 공직자 사정 등 과 거캐기에 집중된 듯한 분위기는 걱정된다. IMF탈출을 위해 강력한 개혁과 조정은 있어야 하지만 나라 분위기와 국민의 사기를 염두에 두면서 조용히, 순리로 풀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든 세상일이란 굽어지고 쓰러진 것을 무리하게 일시에 캐내고 바로 세우려들면 반드시 부 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치권력이나 비아그라나 남용되면 부작용이 있게 된다. 6명의 비 아그라 복용자가 사망한 것도 그런 교훈을 일깨워준다. 지금은 과거 캐기보다 나라의 사기 를 세우고 국민들의 기를 되살려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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